[목요세평]이름다운 공존을 위해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목요세평]이름다운 공존을 위해

  • 승인 2006-04-13 00:00
  • 김경희 대전여민회 공동대표김경희 대전여민회 공동대표
‘하인스 워드’의 방한으로 나라가 온통 시끌시끌했다. 연일 취재진을 몰고 다니며 특유의 환한 미소와 겸손한 모습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장 ‘혼혈인’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는 분명 있어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각종 차별의 벽이 쉽게 허물어지리라 기대 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때론 이익을 받고, 때론 불이익을 감수하는 아픔을 경험한다. 그것이 차별이라 깨닫기도 전에 비하되거나 배제되는 느낌을 받고 기분이 몹시 불쾌했던 기억들을 하나, 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차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준 경우는 없었을까?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께서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를 불러놓고 배치고사 성적결과에 따라 반장과 부반장을 선출하는데, 나는 6남매 막내여서 리더십이 부족할 듯하고, 그 친구는 4남매 차녀이니 리더십이 있을 거라며 나보고는 부반장을 하고 그 친구는 반장을 하라고 하셨다. 6남매 막내지만 ‘막내 같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학급임원, 전교부회장 등의 경험이 있으므로 리더십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내가 1등으로 들어왔으니 반장을 하겠다고 당당히 요구해 그 자리를 맡았었다.

그로부터 한 달 쯤 지났을 무렵 부반장을 맡았던 그 친구네 집을 가보고서야 담임선생님이 그 친구를 반장으로 시키고자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친구 집은 그 당시 수목이 우거진 4층집에 방마다 전화와 TV가 있었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멋진 장식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 때 나에게 행해졌던 부(富)로 인한 차별을 그냥 감당하고 벽을 뛰어넘지 못했었다면 그 결과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름의 판단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마음속에 묻어두지 않고 드러내게 된 것이 아마 그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여성학 시간에 학생들과 차별을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조별로 본인들이 차별을 받았거나 불평등한 대접을 받아서 속상했던 경험을 서로 나누게 했고, 차별에 이용된 요소를 찾아보도록 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으며 나름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면서 성, 연령, 학력, 학벌, 돈, 키, 외모, 피부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을 뽑아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차별로 인한 사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 놀라워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사회적 규범과 문화다. 이러한 규범은 역할이 변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남성에 대해 고정된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이는 오랜 역사과정 속에서 여성과 남성으로 길러지면서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지 못함에서 오는 결과이다.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삶이 억압받고 있다. 불평등한 젠더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 선입관, 편견을 가진 사람이 의도적으로 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해를 끼치려는 의도나 편견 없이 만들어지고 지속된다.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차별의 벽’들을 이제 함께 온몸으로 깨뜨리며 가야 하지 않을까?

‘하인스 워드’가 태어나면서는 축복받지 못했으나, 성공이란 외투를 두르고 온갖 관심어린 시선과 찬사를 받으며 당당히 방문했던 고국을 떠났다. “정이 있고 아름다운 나라지만, 어두운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던 그의 고별 기자회견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혼혈인들에 대한 순간의 관심만으로 차별의 숱한 세월을 견뎌온 그들의 아픔이 절대로 치유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법제정을 거론하고 있지만, 법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의 전환이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다. ‘하인스 워드’의 방한이 일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1회성 행사가 아니길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