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기자 |
한때 유행했던 ‘시류론’이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강풍으로 몰아치면서 정당들의 지향점을 가로막고, 원칙마저 헌신짝처럼 버려도 누구하나 말을 못하고 있다. 원칙없는 ‘시류론’에 모두들 방조자 내지는 동조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세인 시류에 휩싸인 지역정가는 정치적도의나 신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정당들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원칙을 내팽개치고 당내 세력관계에 따라 편의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론적 근거인 ‘시류론’이 득세하고 있다.
당선과 지방선거 승리가 최고의 선으로 등장하면서 그동안 주장해왔던 당의 이념 등은 뒷전으로 물려나고 있다. 그동안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던 국민중심당이 가장 먼저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명을 달리하면서 국민들의 중심이 되는 정당, 국민속에서 중심을 잡는 정당을 표방하던 ‘국민중심당’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심당은 그동안 영입에 공들여 온 권선택의원의 입당이 물 건너가자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일부 예비 출마자는 입에 담기 힘든 욕도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다.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탈당불사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또 다른 사람들은 중심당의 태생적 한계라는 분석이다. 당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툭하면 당 지도부의 지도력한계와 정치적 결단 부재 등으로 당이 ‘갈지(之)’자 행보를 해왔다는 것이 당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분권형 전국정당’을 외치던 중심당이 어느날 갑자기 ‘충청도당’이라고 주장했고, 당지도부 일부는 ‘언론에서 충청도당이라고 강하게 써 달라’는 주문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중심당 뿐 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도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이견은 파벌싸움처럼 비화됐으며, 이같은 당내 내홍이 지방선거후보자 공천 전까지 이어졌다.
특히 그동안 우리당이 선점, 우리당의 특허처럼 여겨졌던 ‘경선’이 이번 5·31선거에서는 명맥만 이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러저런 이유로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탈당을 감행하고 있다. 오히려 한나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에서 경선을 적극적으로 도입, 재미를 보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번 공천과정에서 일부 지역구에서 중심이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시당의 강력한 제재로 원심력을 회복, 중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선거철만 되면 정당은 당의 추구하는 지향점을 버리는 것은 물론 예비후보자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버린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말이 선거판의 정답이 돼버려, 정당과 예비후보자들에게 바람과 대세를 추구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선거때만 되면 멀쩡하던 사람들도 기회주의자가 되는 등 선거가 반칙왕들을 양상하고 있다”며 “반칙왕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중심을 잡는 당, 이를 위한 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