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 문지초등학교

[교육] 대전 문지초등학교

게임보다 재밌는 ‘민속놀이’ 햄버거보다 맛있는 ‘전통음식’

  • 승인 2006-04-12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 어린이들이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널뛰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
▲ 어린이들이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널뛰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
“우리 것이 더 좋아요”

씨름·그네뛰기 등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1~6학년 같은반 같은번호 결연 ‘전교생이 남매’
100대교육과정 최우수·인성교육우수학교 선정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에 위치한 문지초등학교(교장 정규희). 지난 46년 4학급의 구즉국민학교 문지분교로 출발해 49년 문지국민학교로 승격한 뒤 지난 93년 대전엑스포개최와 함께 전민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지금은 43학급에 1500여명의 어린이가 배움을 닦고 있는 대전의 중심학교로 성장했다.

학부모 대부분이 대덕연구단지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100대교육과정 전국 최우수학교로 선정됐으며 금년 1월에는 대전시교육청 인성지도 우수학교로 뽑히는 등 학교교육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해외거주 경험이 많은 어린이들의 특성을 살려 인성교육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기적성 교육 활성화로 음악, 무용분야에서의 예능교육이 돋보이는 학교다.



▲전통문화체험학습의 날=인성예절교육 함양을 위해 이 학교가 지난 2004년부터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측에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조상들의 슬기와 얼을 본받고 기본생활 습관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또 아이들의 협동심과 단결심을 기르려는 취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외국체류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많다보니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뜻이 있다.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체류하다 입국하는 어린이, 또 학교를 다니다가 부모의 해외근무 등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어린이들에게 좀더 우리문화를 체험하고 그 속에 배어있는 조상들의 슬기와 얼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 학교의 전통문화체험학습의 날은 우리 고유의 4대 명절인 단오, 추석, 설, 정월대보름과 연결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명절에 맞는 전통문화와 놀이를 체험하고 계절에 제격인 고유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5월 단오날에는 아이들이 직접 씨름과 줄넘기, 굴렁쇠굴리기, 부채만들기 대회에 참여해 우리전통 문화를 체험한다. 또 추석에는 한복입는법, 송편만들기, 투호놀이, 사물놀이를 통해 체험학습을 하고 고유음식인 송편과 토란탕을 먹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설날에는 세배하기, 덕담나누기와 함께 윷놀이와 연날리기의 민속놀이를 체험해보고 떡국과 김치를 먹어본다.

정월대보름에는 아이들이 부럼깨기와 달맞이하기를 직접 체험한다. 여기에 윷놀이와 지신밟기의 민속놀이도 경험해본다. 고유음식으로 부럼과 오곡밥도 먹고 전통문화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전통문화 체험은 학년별로 이루어진다. 이중 단오날 펼쳐지는 씨름대회와 줄넘기대회는 어린이들의 인기가 높다. 씨름에서 우승한 장사가 나오면 꽃으로 장식한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우승기념으로 황소트로피를 전달한다. 그리고 손수레가 등장해 우승장사를 태우고 운동장을 한바퀴 돈다.





▲6남매가 함께하는 우리놀이 체험=문지초등학교에는 6남매가 있다.
집안의 6남매가 재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학년의 언니와 누나, 오빠, 동생들이 결연을 맺어 6남매가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같은 반, 같은 번호 어린이들이 결연을 맺어 6남매가 됐다.
그래서 월요일에는 각 학년의 1반끼리 맺어진 6남매가 우리놀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화요일에는 2반, 수요일은 3반, 목요일은 4반, 금요일은 5반, 토요일은 6반끼리 6남매가 만나 다양한 우리놀이를 체험한다.

체험시간은 아침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간. 그시간동안 아이들은 언니, 오빠, 누나, 동생이 돼서 서로를 챙겨주며 보듬어주고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어린이로 성장한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취지는 핵가족화에 따른 문제점을 학교교육에서 완화시켜보려는 시도에서다. 비록 학교에서 맺어진 6남매지만 같이 만나 활동하는 시간을 통해 나 혼자만이 아닌 남매로서 각자 역할을 스스로 익혀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정을 느끼게 해 준다.



▲24절기별 우리음식 먹는 날=어린이들이 우리음식을 학교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 모른다. 문지초등학교 어린이들은 그런면에서 행복하다. 이 학교는 24절기별로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바로 학교급식과 각 가정의 참여를 통해서다.

입춘, 우수에는 오곡밥과 청국장찌개를 경칩, 춘분에는 돼지갈비찜과 육개장을 맛볼 수 있다. 청명, 곡우에는 전유어와 쇠고기무국을, 입하와 소만에는 머위나물과 냉잇국이 나온다.

망종, 하지엔 물김치와 감자전이, 소서, 대서에는 탕평채와 과일,추어탕을 먹을 수 있다. 입추,처서에는 오곡백숙과 토란탕을, 백로 및 추분에는 닭찜과 송편을 대한다. 한로, 상강엔 국화전과 송편, 입동과 소설에는 떡국과 김장김치를 맛본다. 대설과 동지엔 팥죽과 갈비탕, 소한과 대한엔 오곡밥과 근대국, 보름나물을 학교와 가정에서 접할 수 있다.





정규희 교장 인터뷰

해외거주 잦은 학생들 한국인 자부심 심고파



“우리 아이들이 서구화된 인성이 아니라 우리전통을 이어가는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급별로 담임교사의 재량으로 외부 인사법 등 인성교육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문지초등학교 정규희(61·여)교장은 학교 인성교육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이 학교 교장 부임 3년째를 맞은 그녀는 “이곳 아이들이 외국을 많이 나가다보니 외국에 나가서도 우리 문화를 알도록 가르치고 있다”면서 “외국 어디에서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한국인의 얼, 정신을 갖고 살아가도록 다양한 우리전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교장은 “아이들이 대체로 김치는 잘 안먹고 피자, 햄버거 등 서구화된 식단에 길들여져 있다”며 “그래서 24절기에 맞춰 우리 음식먹는날을 정해 학생들이 우리 음식을 자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집에서 떡만들기를 통해 가족간의 대화가 많아졌다고 학부모들이 좋아한다”면서 “아이들이 방앗간 떡에는 관심이 적어도 자신이 만든 떡은 맛있게 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정교장은 “이곳 학생들의 25.7%가 형제자매 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데다 핵가족화로 나타날 수 있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사회성 부족 등이 우려된다”며 “그래서 서로돕고 의지하며 정답게 생활하는 공동체의식을 갖춘 어린이를 기르기 위해 금년부터 6남매 의형제맺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 명절을 이용한 전통문화체험의 날에 씨름경기에 참여한 문지초 어린이들의 모습.
▲ 명절을 이용한 전통문화체험의 날에 씨름경기에 참여한 문지초 어린이들의 모습.
▲정규희 교장
▲정규희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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