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모르는 화교인에 홍보 절실
“50평생에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가슴이 설렙니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태화장(동구 정동)을 운영 중인 대전화교협회 회장 고록승(55)씨.
아들에게 3대째 가업을 물려줘 태화장의 100년을 채우고 싶다는 고씨는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투표권을 행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개정과 함께 대전에서 그를 포함한 190명(3?0기준)의 외국인 영주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씨는 이러한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달 14일 광주(3?4)·인천(3?4)·부산(3?8)·울산(4?)에서 외국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모의투표행사가 치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대전에서는 구체적인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현재 대전지역 183명의 화교들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 중이다”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모두가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당장이라도 주위의 화교들에게 알릴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투표장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의 투표 안내를 위해 화교의 참관인이나 자원봉사자를 고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에 고무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고씨는 또 한국정치에 대해 “민주화가 많이 진전되었고 역대 정부보다 한층 부정부패가 사라져 발전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 가족만 해도 10표나 된다”고 은연 중 자랑(?)을 늘어놓는 고씨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는 비밀이다”며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충청 유권자 특유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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