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 |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요즘, 영향력 있는 충청도 고급관리 출신들의 정치적 처신에 관한 말들이 부쩍 많다. 일찍이 차세대 주자로 떠올라 오랜 기간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여론의 호흡을 같이해온 덕에 정서적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다.
최근 공직의 문을 가장 늦게 나선 박성효 씨가 한나라당 대선시장 후보로 일찌감치 선착했다. 이어 이명수 씨가 지난 총선과정의 아픔을 딛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중심당 충남지사 후보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뛰어들었다.
여기에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대전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당당히 외쳤던 권선택 의원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집권당 신분에서 쉽지 않은 탈당까지 감행한 입장이지만 내친김에 국민중심당 간판으로 시장출마에 나설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국민중심당 안에는 이들과 함께 정치권으로 진입한 충청권 엘리트관료 4인방 가운데 한 축인 임영호 씨가 있다. 이들 모두 50대 초반의 띠 동갑 나이에 민선 시도지사 후보로 뛰어들었다. 선출직 동구청장을 지낸데 이어 총선출마 경험까지 가진 임 씨는 국민중심당 창당주역 중 한사람으로 남충희 피플퍼스트아카데미 원장과 함께 시장후보를 놓고 당내 경합중이다.
그러나 같은 연배의 이들 창당주역들도 권 의원이 시장후보 재목으로 영입되는 순간부터 권 의원의 억울한 신세와 똑같은 경우를 겪게 된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에서 경선을 요구하며 탈당한 사람이 경선없이 무임승차 하겠냐”며 “최대 모순을 저지르는 법은 없을 것”이라고 벼르지만 현재로서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권 의원을 영입하려는 심대평 대표와 당지도부의 입장일 것이다.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돼야 하는 조직문화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분통까지 헤아려서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는 현실이고 냉혹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권 의원이 그렇게 해서라도 재선을 노리는 염홍철 대전시장과의 ‘회심의 일전’이 가능하겠냐는데 있다.
국민중심당의 권 의원 영입교섭에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은 바로 염 시장일 것이다. 전략공천을 무리하게 이끈 것이 다름 아닌 열린우리당 대전권 의원들이고, 의리없는 동료애와 정당개혁의 키워드조차 읽어내지 못하는 책임은 대전권 의원들에게 있다. 그같은 무리수는 결국 염 시장에게 크나 큰 부담을 안긴 셈이다.
권 의원에 대한 상대적 동정론은 집권당 탈당이란 용기로 이어졌다. 경선기회조차 원천봉쇄당한 채 ‘굴러온 돌에 박힌 돌이 뽑히는 상황’속에서 지금까지 윤리적 개념의 정의는 권 의원의 모든 언행과도 일치해 왔다. 때문에 권 의원의 정중동(靜中動) 이후 내놓을 결과에 따라 지역여론의 일대 역류는 자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기득권을 가진 현직시장과의 대등한 후보구도가 짜여 지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로 비추어 볼 때, 차세대 엘리트관료 출신들의 응집력에 따라 혁명적인 선거상황도 연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면 길게 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강창희 전의원의 충고는 후배사랑에 대한 진솔함이 더욱 묻어난다. 염 시장과 권 의원사이, 그리고 지역구 보궐선거 기회 등 사적이해 관계를 접고 하기 어려운 고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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