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이 우리는 타 당과 다르기에 창당했고, 이 다름으로 공익과 행복을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각 당은 그 ‘다름’으로 인하여 다투고 싸우고 했으며, 심지어는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몰고 갔다.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산물임을 인정할 때, 그야말로 정치인이 본업인 정치를 포기하면서까지 난리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선거 때가 되면, 타도의 대상도 훌륭한 파트너로 둔갑한다. 정치의 주체가 사람일진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와 행정이란, 원칙과 소신 속에서 이루어짐을 기본으로 삼는다. 더 나아가 공공의 규범이 될 이 원칙과 소신을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우리가 최연희 의원을 탓하는 것은, 필부도 하면 안 될 짓을 법과 질서를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저질렀고,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자가 어떻게 선량으로서 바른 입법의 기능을 할 수 있겠냐는 점도 포함된다. 결국 원칙과 소신이 무너지면 도덕과 양심은 동반 붕괴되는 것이다.
5·31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앞장서 모든 것을 허물고 있다. 철새는 환경이 만드는 것이다. 당의 기여도, 능력, 청렴도 등은 당선가능성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우리는 타 당과 달라 뜻이 같은 새로운 세력을 모아 전국을 아우르는 참된 정치를 하겠노라 외친 정당도 선거가 가까워 오자 ‘충청도 정당’이라는 둥, 그동안 극구 부인했던 말을 스스로 인정하며, 이미 나온 당내 예비주자를 돌려 앉히고 당 밖의 인물을 찾아가 삼고초려를 마다 않는다.
우리나라 정당의 목적은 오직 당선만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런 행태들이 국가와 국민에 끼치는 영향이다. 스스로가 철학과 소신이 아닌, 당선가능성에 따라 남의 배를 빼앗아 타고, 남의 집 안방을 차지했는데, 무슨 정의와 공익을 말 할 수 있는가.
선거 때만 되면 바뀌는 철학이 있고, 바뀌는 가치관이 있고, 바뀌는 정책이 있다면, 이는 모두 거짓이다. 또한 당이 철학과 가치관을 칩에 담아 뇌와 가슴에 이식해주는 것이 아닐진대, 이 당 저 당을 옮겨다니는 것을 보면, 철학, 가치관, 소신이 없어야 정치가로 행정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장사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이윤을 위해서는 아버지도 속이고 조삼모사도 한다. 정당의 당선가능성 챙기기가 이와 다른 것이 뭔가 묻고 싶다. 당선가능성으로 예비후보들을 좌지우지할 요량이면, 알량한 노선이니 이념이니 들먹이며 핏발 세우는 정쟁은 하지 않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정당은 추수기 남의 밭을 넘보지 말 것이며, 예비후보는 남의 귀한 안방을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게 정치와 행정의 기본이요, 인간의 도리다. 스스로 기본조차 지킬 힘이 없는 정당이라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고, 가치관이 이해득실에 따라 변하는 정치인, 행정가라면 국민의 표보다 투전판의 패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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