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선 자신이 주인공… 개인주의 성향 강해
다른사람과 의견 나누는 열린광장으로 나가야
#‘한마디로 잘 놀아요’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7년째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 모(47·여)씨가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서 하는 얘기다.
“제가 처음 노래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노래방에 와서 노래만 부르고 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춤도 추고 게임도 하면서 정말 재밌게 놀다 간다”고 김씨는 말한다.
토요일 오후 친구 4명과 노래방을 찾은 여고생 곽 모(16)양은 모니터 앞에서 자신이 가수가 된 듯 노래에 빠져있었다. 모니터 위에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만 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할 수 도 있게 된 것이다.
각각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한 편씩 만들자 한 학생이 밖으로 나갔다 뿅망치를 들고 들어온다. 노래를 부르다 가사가 틀리면 쟁반을 맞는 프로그램을 따라 자신들만의 놀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희는 쟁반을 준비할 수도 없고 어려워서 대신 비슷한 방법으로 하는 놀이를 찾게 됐다”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모니터를 보지 않고 뒤돌아서 노래하다 가사나 음정이 틀리면 다른 사람이 뿅망치로 머리를 친다”고 설명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불렀다가는 노래가 끝내지도 못한다며 대신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성공하면 노래방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이들은 모두 삼각형 대형을 만들며 일어섰다. 요즘 인기있는 꼭짓점 댄스를 추기 위해서란다. “재밌게 놀기 위해 왔는데 신나게 놀고 가야 되지 않겠냐”며 마지막 시간을 꼭짓점 댄스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우리의 방문화는 일그러진 자화상’
하지만 학생들이 이런 방문화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방문화는 폐쇄적이어서 청소년들은 작은 공간에 개인이 억압되어 있을 뿐 다른 사람과 공유할 줄 아는 문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고등학교 교사 이 모(35)씨는 “청소년들이 비디오방이나 노래방 등을 찾는 이유는 그곳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그곳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적당한 사회 시설을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작은 방에 갇혀 자신들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청소년들은 이런 닫힌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줄만 알았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은 학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록 개인 간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현실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방을 넘어 광장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강사 정 모(39)씨는 협소한 방문화에서 벗어나 광장문화로 나갈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의 일그러진 방문화가 청소년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회에서 토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당 수뇌부 몇 명이 모여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은 그릇된 방문화가 가져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이라는 공간은 대개 10평 미만의 작은 공간으로 방이 갖는 속성은 타인으로부터 분리되어 개인만의 공간을 갖기 위한 곳”이라고 정의하면서 “이 공간에 오래 갇혀 있을 경우 사회성을 잃고 고립된 개인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개인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 열린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02년 월드컵 그 흥분과 열정을 표출하기 위해 광장으로 뛰쳐나온 경험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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