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일 기자의 ‘찜질방 체험’

강제일 기자의 ‘찜질방 체험’

지친 퇴근길… “넌 집에 가니? 난 찜질방 간다”

  • 승인 2006-04-07 00:00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뜨거운 불가마에서 찜질을 하고, PC방에서 밀린 회사일도 하고, 손톱·눈썹손질 등 각 종 미용서비스도 받고….’
찜질방은 단순히 찜질만 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바뀌고 있다.

휴식과 함께 여가생활은 물론 회사의 밀린 업무까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저녁 시간 퇴근한 직장인들이 집 대신 찜질방을 찾아 휴식한 뒤 다음날 출근하는 사례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다양한 일이 가능해진 만큼 퇴근 후 이 곳을 찾는 직장인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격무에 시달리고 퇴근한 직장인들이 어떠한 이유로 집이 아닌 찜질방을 찾는 지 찜질방에 직접 들어가서 알아봤다. <편집자 주>

오후 7시~8시

20~30대 직장인 70%… 우리는 ‘열혈 찜방 마니아’



지난 3일 오후 7시께 대전 중구 목동에 위치한 오투 찜질방, 해
가 계룡산 자락에 걸쳐 있어 어두워지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20~30대로 보이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찜질방으로 모여든다.
이 때는 직장을 가진 찜질방 열혈 마니아들이 몰려드는 시각이다.

웬만하면 퇴근 뒤 동료들과 저녁식사와 음주를 한 뒤 찜질방을 찾는 것이 보통
이지만 이 시간에 찜질방에 오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찜질방 애호가들로 보면 된다는 게 이곳 직원들의 설
명이다.

은행에 다닌다는 유호재(29)씨는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퇴근 후 곧바로 찜질방을 찾는다”며 “이런 날은 집에 가지 않고 찜질방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찜질방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과시했다.

저녁 시간대에는 직장인말고도 대학생, 가족단위 이용객들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 시간 대 전체 이용객 가운데 70% 정도가 직장인이라는 게 찜질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간단한 목욕을 끝내면 본격적인 찜질을 하기 위해 이른바 ‘찜방’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동한다.




오후 9시~11시

금강산도 식후경… TV 보고 인터넷도 즐기고 “유후~”



직장인들이 본격적으로 찜질을 즐길 시간이다.
그러나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찜질 전에 뱃속의 허기부터 채우려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다행히도 찜질방에는 한식, 분식, 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는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직장인이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찜방으로 올라가자 춘천연옥, 화산석, 게르마늄 등 가지각색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 다양한 찜질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각 방의 온도는 가장 높은 방이 85도에서 가장 낮은 방은 50도 사이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찜질방 이용객들은 피부병 예방, 감기 예방, 혈액순환 등 각 방의 효능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문구들을 보고 방을 선택해 들어간다.

어느 정도 찜질을 즐겼다 생각되면 대형 TV 앞에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바둑, 장기를 두며 머리를 식히는가 하면 PC방에서 밀린 회사 업무를 살펴보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안효준(35)씨는 “퇴근 후 동료들끼리 찜질방에 모여 업무에 대해 토론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이 때 생각난 아이디어는 찜질방 안에 마련된 PC방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정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7시

내일을 위해 한숨 자볼까?… 아침은 햄버거로 간단히!



하늘이 두쪽 나도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게 직장인들의 운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은 필수. 이 시간쯤 되면 목 좋은 취침 자리를 찾기 위한 직장인들의 경쟁이 시작된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폭 1m, 길이 1.5m 가량의 취침용 침상으로 찜질방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취침자리가 칸칸이 나누어져 있는 게 보통이다. 이곳에 몸을 누이면 옆 사람과 몸을 부딪칠 일이 없고 온도 또한 ‘불가마’ 안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잠자다 땀 흘릴 일이 없어 좋다고 한다.

직장인 이용훈(31)씨는 “취침용 침상에 누우면 마치 토굴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무엇보다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객들 간에 자리 쟁탈전이 심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7시가 되면 출근을 하기 위한 직장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진다.
출근 시간대 찜질방에서 인기 좋은 아침식사 메뉴는 단연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다. 빠른 시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직장인들은 간단한 세수와 머리 손질을 끝내고 개인 라커에 보관해 두었던 옷을 꺼내 입는다.

퇴근 후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한 직장인들은 주차장에서 차량을 꺼내 다시 각자의 직장으로 출근한다.
영업직원 김병국(34)씨는 “영업상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여관보다는 저렴한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며 “밤새 찜질방에 있으면 하루동안 쌓인 피로가 확 풀린다”며 찜질방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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