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DVD방, 비디오방…. 지금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즐겁게 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방’들은 10대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별 기호에 맞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찜질방은 가족 단위 휴식처로 전 세대가 즐겨 찾는 명소가 됐고, DVD방은 극장 못지 않는 ‘감동’을 안겨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한 목욕과 사우나 형태로 운영되던 동네 목욕탕에 식상해진 사람들에게 찜질방은 목욕과 사우나를 즐기고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들의 밀린 대화의 장이자 이웃 간 만남의 장소가 돼버렸다.
주말마다 찜질방을 찾는 이모(34·대전 서구 관저동)씨는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찜질방을 주요 데이트 코스로 이용했다”며 “찜질방은 개운하게 목욕과 사우나도 즐긴 뒤 편안하게 휴식까지 취할 수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고 찜질방 예찬론을 폈다.
이씨는 또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와 즐겨 찾았고, 부부싸움으로 서로 소원해졌을 때도 찜질방에 찾는다”며 “각자 씻은 뒤 만나 시원한 음료수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그만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풀린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부 대학과 관공서에서 찜질방 강의, 찜질방 단합대회로 스승과 제자, 직장 상사와 후배가 서로의 벽을 허무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대전 모 대학 박모(22·여)씨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찜질방에서 모여 강의도 하고, 급우들과 교수님에게 평소 생활에서 아쉬웠던 점을 얘기하다 보면 정말 형제나 부모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이런 게 진짜 찜질방 효과(?) 아니냐”고 농담 섞인 예찬론을 말했다.
하지만 찜질방 업계는 요즘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는데 ‘찜질방 열풍’이 불면서 우후죽순 생기고, 보다 나은 시설과 서비스를 위한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불꽃 경쟁’ 속에 구조조정 현상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둔산동 한 찜질방 업주는 “손님들은 찜질방의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정말 냉정하다”며 “단골로 오던 사람이 더 좋은 찜질방이 생기면 거리가 멀더라도 그곳으로 찾아 간다”고 전했다.
극장의 감동 DVD 방
90년대 초중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비디오방은 당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둘만의 시간을 갖고, 영화와 데이트를 동시에 즐기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00년대부터 시작된 ‘DVD 영화관(방)’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비디오방을 대체하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DVD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극장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는 대형 화면과 화질, 풍부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지만 사람들이 많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반면, DVD방은 깔끔하고 세련된 최신 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분위기를 즐기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DVD방을 찾는다는 민모(34·대전 서구 월평동)씨는 “여자 친구와 복잡한 극장보다는 DVD방을 자주 찾는다”며 “요즘은 특히 극장 개봉작들이 DVD로 빨리 출시돼 보고 싶은 영화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DVD는 영화를 보면서 제작과정이 담긴 메이킹 필름이나 작품 해설 등 부가 서비스도 즐길 수 있어 흥미롭다”며 “극장처럼 상영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보고 싶을 때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한남대학교 인근에서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손님들의 60%정도는 대학생들이고, 나머지는 일반인들”이라며 “간호사 등 직업을 갖고 있는 젊은 층들도 많이 오고, 주말에 함께 여행을 가기 힘든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DVD방을 찾아 재밌는 영화를 보면서 단합대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여성전용 DVD방이 생겨 혼자 영화를 즐기는 여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즐겁게 하는 ‘방’들. 앞으로 어떤 방들이 생겨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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