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손 모(여
손씨의 일과는 대충 이렇다.
손씨는 봄을 맞아 건강도 챙기고 여름철 몸매 관리를 대비해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했다. 오전 7시께 시내에 있는 달림방에서 친구와 만나 운동을 한다.
어학연수를 떠난 친구로부터 메일을 보냈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자 곧바로 PC방으로 향한다. 친구가 보낸 사진과 유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하고 답장 메일을 보낸 손씨의 눈에 또래 젊은이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어렸을 때 손가락 아프게 눌러대며 했던 게임기가 생각났다. 손씨는 생각난 김에 친구와 함께 근처 비디오 게임방으로 가 게임을 시작했다.
마침 수업이 휴강이어서 이날 하루는 완전히 제치는(?) 날이다. 게임을 마친 손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다른 친구들을 노래방으로 호출했다. 오랜만에 노래방에서 신곡들을 골라 부르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후 영화 마니아인 손씨는 극장보다 자신이 골라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은 비디오방을 선택했다.
기분좋게 영화 한편을 감상한 손씨의 마지막 코스는 웰빙 인생의 절정인 찜질방. 저녁은 찜질방서 먹을 계획을 세웠지만 밥보다 찜질 후 마실 시원한 식혜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친구들과 온갖 수다를 떤 손씨의 발걸음은 어느새 집으로 향하고 있다.
이처럼 노래방, PC방, 게임방, 비디오방, 찜질방 등등.
9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방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방’으로 끝나는 장소는 여관방, 복덕방, 자취방 정도 였다. ‘사람이 거처하기 위해 집안에 만들어진 간’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그나마 충실하던 방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각종 방이 어의확대를 거듭하며 구조나 평수와 무관하게 ‘공간’을 가리키는 말로 수용되고 있다. 특히 세포가 분열하듯 새로운 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방은 잊을 만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저렴한 가격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방이 처음 등장한 90년대 초 이전으로는 이미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몰입해 가고 있다. 이제 전국 어느 거리를 지날 때도 방으로부터 벗어나기란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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