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글로벌패러독스와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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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글로벌패러독스와 지방자치

  • 승인 2006-04-06 00:00
  • 류덕위(한밭대학교 경상대학장)류덕위(한밭대학교 경상대학장)
철새들이 날아들면 계절이 바뀐 것을 알듯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정치계절의 도래를 느끼게 한다. 어제까지 비방하며 적이었던 상대 당으로 물어보지도 않은 ‘국민의 뜻’에 따라 당적을 바꾸고, 경선에서 패하거나 공천이 불투명해지면 탈당과 독자출마선언이 정해진 수순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고, 지방의원 유급화로 저비용 고효율정치에 역행하고 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잘살게 하고, 진실로 국민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과 단체장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존 네이스비트는 글로벌패러독스(Global paradox)에서 ‘세계 경제규모가 확대·개방될수록 작은 조직단위나 민족주의가 강화된다’고 봤다. 지구촌경제가 확대될수록 지역의 문화와 전통에 기초한 경제주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경쟁력은 지역에 소재한 기업, 교육과 주민의식, 문화적 전통과 인프라, 지방정부의 정책 등에 의해 결정된다. 지방자치의 전통이 깊은 유럽의 산업발전사를 보면 기업하기 유리한 정책을 실시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공업이 발전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지역이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국토의 난개발과 전시행정, 청사나 공공시설물 신축 등에 따른 지방정부 부채규모 급증 등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면서 중앙정부와 일부 의원들은 기초단체장의 임명제 전환, 부단체장의 국가직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는 권력의 분권화를 통해 중앙집권제의 병폐를 해소하고,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정치·경제발전과 지방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이다. 지방자치체제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정을 대폭적으로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자기책임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치행정시스템 혁신, 단체장과 의회간의 협조와 견제, 주민소환제 등의 조기도입으로 내부적인 자율적 통제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치단체의 대표와 집행기관장의 지위를 가진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책무는 막중하며, 미래지향적 지도자로서 덕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 자치단체장은 지역정치 지도자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없고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눈만 뜨면 터지는 부패스캔들은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를 고조시키고 있다. 위로부터 혹독한 의식개혁을 선도하고 남보다 많은 희생과 봉사로 주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저비용 고효율정치를 실현할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할 경제자치단체장 혹은 CEO형 자치단체장이어야 한다. 전통적인 지도자는 전권을 쥐고 카리스마적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지식사회의 CEO는 지식을 분배하며 지식근로자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세계에서 기업과 장사하기에 가장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공공부문 경쟁력은 OECD 국가중 최하위 수준인 반면 부패지수는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자치단체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 지자체의 벤치마킹과 생산성 향상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권의 유지나 획득을 위해 남발하는 인기 영합적 정책과 전시행정은 금물이다.

지역발전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 역량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몫이다. 민주주의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인-대리(主人-代理人)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지역주민을 진실로 잘살게 하며 대접할 수 있는 참 일꾼을 뽑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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