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만약에 권의원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당장에 유불리를 떠나 대전시장 선거는 이벤트면에서 성공한 셈이다. 최고의 흥행요소가 될 것이고 그런면에서 지역정치권이나 언론이 은근히 권의원의 출마를 부채질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흥행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인물과 정책의 대결이 실종되고 지나치게 정서에 의존하는 정치적 선거가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지역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들 3인이 자신에게 붙어다니는 꼬리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흥행요소 중의 하나로 꼽는 것 같다.
염홍철시장은 소속정당을 탈당해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사실이, 박성효 전 정무부시장은 염시장의 보좌역 였다는 꼬리표가, 권선택 의원은 만약에 출마 한다면 소속정당의 공천방침에 불복해 탈당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버렸다는 전력에 대한 정당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정당지지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오차범위로 근접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민중심당의 우열이 이들의 인물대결이 가세하면서 그대로 유지될 것이냐는 것도 흥밋거리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중 다른 하나는 이들3인의 치열한 경쟁과 별개로 막후 대리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대전고 출신 3인방의 충청권 패권다툼이 그것이다. 대전의 지방선거는 열린우리당은 박병석 시당위원장이, 한나라당은 강창희 시당위원장이, 국민중심당은 심대평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대전시장 후보 공천에 절대적 역할을 한 것도 이들 세사람이고 결국 이들 세사람은 이번 선거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전고교 출신들이고 이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앞으로 충청권을 누가 정치적으로 거머쥐느냐로 쏠리고 있다. 본인들이 인정하든 않든 지역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의 경쟁을 본선과는 또다른 흥행요소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심대표가 강시당위원장의 6년선배고 강시당위원장은 박병석시당위원장의 5년선배다.그간 심대표와 강시당위원장이 충남과 대전을 양분해 왔다면 박시당위원장은 이들을 잇는 포스트의 의미가 크다. 세대교체 흐름속에 박시당위원장이 대전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명실상부한 충청권 정치실세로 자리매김하려할 것이고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심대표 역시 대전시장 선거를 승리한다면 지방선거 이후 대권가도에서 강력한 러브콜을 요구받을 것이고 충청권 패자로서 중앙정치에서 주목받는 반열에 오를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퇴장의 길을 각오해야 한다. 강시당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승리한다면 한나라당으로부터 절대적 신임과 충청권을 장악한 킹메이커로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할 수 있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실패한다면 그의 정치적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 지역 정치권에서 벌이는 이들 대전고 출신 3인방의 주도권 다툼은 마치 70년대 영화관에서 본영화와 함께 덤으로 상영해 주는 영화만큼이나 더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본선에서 뛰는 박성효 전 정무부시장과 거명되는 권선택의원이 대전고 1년 선후배지간이고 막후에서 세다툼을 벌이는 이들 3인방이 대전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전고 출신들이 다해먹느냐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상황적으로 대전고 출신주자들의 마지막 세다툼이 될지도 모를 충청권 혈투는 시장선거 못지 않게 재미있는 흥행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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