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농담 같기도 한 것이 심
김인식(59) 한화 감독의 `‘농담 따먹기’를 지켜보며 프로야구 출입기자들이 뜻밖에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4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린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김 감독은 출사표부터 희한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갔다. 다른 팀들이 상대적으로 못해서 재수좋게 우리가 4강에 갔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취재진은 희한한 유어반복(類語反復)에 잠시 웃음보를 터뜨렸지만 겸손의 색다른 표현일까, 객관적인 잣대로 국내 프로야구를 되돌아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감독은 이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웠더니 우리 팀이 어떤지 모르겠다”며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형편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또 아리송한 말을 했다.
감독이 모르면 누가 아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않으려는 고도의 세련된 발언이 아닐까. 기자들의 머리가 다시 막 돌아갔다.
김인식 감독의 농담은 8일 개막전의 선발로 베테랑 투수 송진우(40)를 낙점한 이유를 밝히는 데서 절정을 쳤다.
김 감독은 “나이가 제일 많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해 취재진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라운드의 장유유서? 권위주의? 군사문화의 잔재?
김인식 한화 감독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송진우 선수는 제일 먼저 몸을 만들어 왔다"며 "시범경기에서 많이 부진한 면이 있지만 본인도 스스로 개막전 선발이 자기가 아닐까 기대를 할 거고…. 그래도 선수가 나이대로 가야 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쯤에서 취재진은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계기로 팬들의 입에 한창 오르고 있는 ‘믿음의 야구’ 내지 ‘휴먼볼’을 떠올렸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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