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절하는 법만 배워도 바른인성 따라와요

[교육] 절하는 법만 배워도 바른인성 따라와요

청양 남양초

  • 승인 2006-04-05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전교생 130명 작지만 알찬 농촌학교
전문강사 초빙 전통예절교육 적극
복지시설 청소 등 봉사활동도 앞장




청양읍에서 남쪽 부여방향으로 8km 떨어진 남양면 구룡리에 위치한 남양초등학교(교장 이주석). ‘사랑과 즐거움이 넘치는 학교, 꿈을 키우는 교육’을 목표로 학생들의 예절교육 함양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60년대 말까지 사양면 구봉광산을 끼고 상권이 융성하게 형성됐던 곳이지만 이제는 지역명과 학교명이 따뜻한 남쪽지역을 연상하는 남양으로 개명된 농촌학교다.

올해로 81회 8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인근 통폐합 학교 2곳과 분교장 1개를 포함해 전교생 130여명의 배움터다.

지난 달 30일 남양초등학교 2층에 위치한 예절체험실. 각종 전통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집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그 곳에 20여명의 이 학교 5학년 남녀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잠시 후 청양향교 전교인 이계복(83)씨가 아이들 앞에 섰다. 아이들 예절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외부강사로 전통예절교육에 해박한 이씨를 초빙한 것이다.

잠시 후 예절체험실안에 구비된 VTR을 통해 예절교육자료가 영상으로 상영됐다. 남녀간 절예절의 차이와 큰절과 평절하는 방법 등이 상세히 소개됐다. 이어 이씨가 절하는 법을 직접 아이들 앞에서 시연한다. ‘촌수가 동급인 상태는 상호 맞절을 합니다’ 아이들이 모르기 쉬운 세세한 인사법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에게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있는 지 이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절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습니다. 우리는 근간을 알아야 하고 예절됨은 사람됨을 나타내는 징표인만큼 예절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 말에 공감하는 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못 진지하게 듣는다.

이씨의 예절강의는 계속된다. “사람이 사는 데는 예가 기본이며 말한마디도 예가 바탕입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수록 예는 질서를 나타내는 것인 만큼 항상 예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가 있는 사람은 운전시에 교차로에서 다른 차와 만났을 때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합니다.” 현대생활과 접목해 설명하는 외부초빙강사의 얘기에 아이들 얼굴에선 알아듣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어 아이들이 직접 나와 절하는 법을 실습하기 시작한다. 배운대로 다소곳하게 큰절을 하는 아이들에서부터 절하는 순서가 복잡한 지 어색해 하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다.

예쁜 붉은색 한복을 입고 큰절을 실습해 본 5학년 장동주양은 “평소 가볍게 알고 있던 예절교육을 전문가로부터 직접 들으니 이제부터라도 예절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반성을 했다”며 “큰절은 명절날 할아버지와 부모님께만 해보고 처음한 것인 데 잘했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양승돈 어린이(11)는 “명절 때 친척들에게 큰절을 해 봤지만 오늘 확실히 배운 것 같다”며 “평소 많이 못해본 예절교육을 오늘 배운 것만은 앞으로 실천해야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 학교 이주석 교장은 “학교에 잘 갖춰진 예절체험실을 이용해 전문가를 초빙해 아이들에게 학년에 맞는 예절교육을 시키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이같은 예절체험학습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적 규범을 이해하고 기초적인 생활예절, 전통예절을 익혀나가도록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들에게 자기 스스로 예절실천을 평가하는 ‘나는 자랑스런 남양 어린이’라는 생활본을 배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본을 통해 국가에 대한 예절부터 나와 가족에 대한 예절실천 평가표를 작성, 자기 자신의 예절 생활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다.

또 이 학교 중앙현관 입구 환경물에는 우리의 전통예절에 관한 체험사진들이 걸려있고 계단과 각 교실 출입문에는 예절표어들이 게시돼 있다. 학생들은 지나면서 이들 게시물을 보면서 인사예절 행동 습관을 키워가고 있다.
이 학교안에선 언제 어디서든 지 누구를 가리지 않고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교사와 학생간 주고 받는 인사가 자주 목격된다. 그런 인사말속에 존경과 사랑이 듬뿍 담긴 학교풍경이 묻어난다.

이 학교 RCY(어린이 적십자)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30여명의 어린이들은 월 1회씩 지역봉사활동을 펼치며 체험중심 예절교육을 함양하고 있다. 노인들이 많은 복지회관 등을 찾아 화장실, 거실 등의 청소로 사랑과 봉사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무학년 형제자매 투게더운동도 전개된다. 전교생을 3~6명씩 탄력적으로 팀을 구성해 형제자매간 자매결연식을 맺어 예절일기, 편지쓰기, 예절실천 사례발표 등을 추진해 아이들의 인성예절을 키워줄 예정이다.





인터뷰-이주석 교장

체험위주 교육활동 예절습관 길러줘야



“초등교육에서 예절교육은 기본생활습관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왜 예절을 일상생활에서 해야 하는 지 알도록 심어주고 가슴으로 느끼는 인성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임 3년째를 맞고 있는 남양초등학교 이주석(58·사진)교장은 학생들에 대한 예절교육 방향을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예절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교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예절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를 맞고 있다”며 “아이들이 일상 학교생활을 통해 인사하기, 바른말 하기, 웃어른 공경하기 등을 실천해나가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교장은 “다양한 체험위주의 예절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년부터 유치원생부터 체험행사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면서 “많은 체험을 통하다보면 아이들도 예절을 알고 느끼고 실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통예절을 익혀 건전한 도덕성을 형성할 수 있는 체험활동의 장을 마련하려고 학교안에 예절체험실을 꾸며 전교생을 대상으로 각 학년별로 학년성에 맞게 연간 지도계획을 수립해 전통예절과 생활예절을 체험위주로 지도하고 있다”며 “여기에 지킴, 나눔, 섬김의 3대 가치덕목별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행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교장은 “학교에서 운영중인 가야금부는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한복을 입는 예절부터 앉아서 함께 인사하는 예절 등 악기제주를 위해 전체가 호흡을 맞춰 연주하는 손끝 하나하나의 예절은 전통국악에 대한 깊고 그윽한 예절이라 생각한다”며 가야금부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주석 교장
▲이주석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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