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어권 무상부여·통학버스 등 ‘학교 살리기’ 눈물겨운 노력
3복식 수업에 “동등한 교육 권리 박탈” 학부모 반발
농어촌 경제활성화-이농방지 등 종합처방 마련돼야
위기의 농어촌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당국의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가 뒤따라야하지만 농어촌경제 활성화, 이농현상 방지, 도시와 농어촌간 소득불균형 등 복합적으로 얽힌 다양한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악화되는 농어촌교육환경=청양읍에 소재한 청송초등학교. 4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학교인 이 학교에 올해 통학버스가 등장했다. 바로 이 학교 동창회에서 마련해 준 것이다.
이 학교는 지금보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2개 학년 학생들을 한 반으로 편성해 수업해야 하는 복식학급 대상이 될 처지다. 그렇게 되면 교사로부터 수업받는 학습환경은 현재보다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동창회가 이러다간 언제 모교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학교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촌지역 특성상 장거리를 걸어 등하교하는 어린이가 많다보니 학습환경 개선과 통학편의 모색은 시급한 현안이었다.
등하굣길이라도 편안함이 보장돼야 재학생들의 전학 등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통학버스를 장만해 준 것이다.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파도초등학교는 바닷가에 위치한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소규모 학교다. 이 학교는 내년말까지 1~6학년 어린이가 30명을 못넘기면 통폐합대상 학교가 될 입장. 현재 3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어 신입생과 전입생을 앞으로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학교의 운명이 바뀔 판이다. 급기야 지난 2월 마을 주민들은 긴급회의를 가졌다. 학교역사가 40년이 넘다보니 800여명의 마을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 동문이다.
주민들은 회의에서 공동어장에서 어업 할 수 있는 권리인 ‘입어권’을 초등생 자녀를 둔 외지인이 마을로 이사오면 주기로 결정했다. 학교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입어권을 포기하고 대신 이를 외지인에게 내놓은 것이다. 이마을은 그동안 어촌계 회원으로 가입한 뒤 5년이 지나고 300만원을 내야 어업권리를 주는 것을 관행시 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은 파격이었다.
농어촌학교를 지키려는 주민과 동문들의 움직임은 이처럼 눈물겨울 정도지만 그렇다고 농어촌학교의 어려움이 금방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데서 답답함이 있다.
당장 도내에는 학생수 감소로 금년에 3복식 편성학교가 등장했다. 호도분교와 중왕분교,웅도분교, 고파도분교, 백금분교, 오서분교, 내도분교 7곳이 당초 편성대상이었지만 최근 도교육청의 재조사결과 호도분교와 웅도분교는 3복식수업기준인 3개학년 5명이하 기준을 벗어나 나머지 5개 학교만이 3복식 편성대상이 됐다. 도내 23명의 3개 학년 어린이가 3복식 학급에 편성돼 학년이 다른 언니, 누나, 오빠, 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홍성 장곡초 오서분교의 경우 1학년 1명과 3학년 7명이 1학급으로 구성돼 복식수업을, 그리고 2학년 2명과 5학년 1명, 6학년 2명은 함께 1학급으로 편성돼 3복식 수업을 받고 있다. 4학년 학생은 없어 2명의 교사가 복식과 3복식으로 편성된 학급을 각각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때문에 3복식 수업대상에 들어간 해당 학생 학부모와 전교조 교사들은 이들 학생들이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반발해 왔다. 이들은 또
도교육청은 급기야 이달부터 임시교사인 기간제교사를 이들 3복식 수업학교 5곳에 각 1명씩을 배정키로 하고 3복식 수업 해소에 나섰지만 임시교사 투입을 통한 긴급처방이다보니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2개학년이 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2복식 수업도 도내에 금년 115학급이 운영되고 있어 농어촌지역 교육여건의 불리함을 보여주고 있다.
▲농어촌교육 활성화 요원한가=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의 취지는 국가재정의 효율적, 경제적 운용을 꾀할 수 있고 이는 곧 열악한 농촌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돼 교육문제 때문에 농촌을 떠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농어촌소규모 통폐합정책이 지난 1982년부터 이같은 취지로 시작된만큼 2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도시지역 학교에 비해 뒤질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농어촌인구는 계속 떠나가고 있어 붙잡지도 못하고 통폐합의 악순환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는 농어촌교육문제가 매우 복합적임을 입증한다. 단순접근이 아닌 고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도내 농어촌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도교육청의 노력이 일정부분에서 가시화되고 있어 안위를 주고 있다. 당장 도교육청이 추진중인 소규모학교간 공동수업은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공동수업은 그동안 소규모학교 학생들에게 만연했던 경쟁심리를 불러일으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자신이 소속된 학교나 학급에선 달리기 꼴찌를 하던 아이도 공동수업으로 다른 아이들과 섞여 수업하면서 꼴찌를 면하는 등 각자의 특기적성에서 다른면을 드러내는 기회가 돼 교육효과를 올리고 있다. 또한 소인수학교에선 어려웠던 일정규모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참가학생들의 사회성이 크게 함양되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농촌학교 무료급식실시도 전국에선 최초로 실시돼 농촌학생들의 어려움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어촌교육 활성화는 결국 교육당국의 전담분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 도시와 농촌, 읍과 면지역 등 지역균형발전과 공생공존이라는 ‘농어촌지역 살리기정책’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농어촌교육에서 나타나는 학력격차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등 개인적인 배경에서 비롯되는 만큼 입시제도 개혁이 탈농억제와 농어촌지역 학교살리기의 요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범정부차원의 농어촌교육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래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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