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세금을 낼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소득이 있는 자만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과 여당의 논리대로라면, 전체 국민의 90% 정도가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달리 말해서, 전체 국민의 90%가 세금을 거의 내지 못할 정도의 소득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예전에도 상위 10%의 국민이 세금의 80% 이상을 부담하였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세금을 거의 다 내고 있는 상위 10%의 국민이, 예전에 어느 정도 세금을 내던 중간계층의 소득을 모두 다 가져가 버렸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세금을 부담했던, 과거 50~60%에 달하던 중간계층은 그럼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현재 세금의 80% 이상을 부담하는 상위 10%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세금을 부담할 수 없는, 하위 90% 그룹으로 추락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그 중간 계층에서 향유하던 실질적인 소득은 어디로 갔는가?
양극화라는 문제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차이가 더욱 심화되는 것을 말하며, 최상위와 최하위를 비교함으로써, 수치로 나타나는 평등성의 문제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면한 문제는, 이러한 평등성의 문제가 아니라, 중간계층이 하위계층으로 지속적으로 전락함으로써, 일어나는 계층 간 양적(量的) 분포의 문제인 것이다. 현 정권 집권 이후, 계층 간 양적인 분포는, 하위 계층, 즉 세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당에서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양극화’가 아니라, ‘빈곤의 확산’이라는 것이며, 이렇게 확산된 빈곤은, 국내 경기침체와 맞물려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빈곤의 확산과 고착화의 문제는,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식”의 활빈당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하위계층에 속한 국민들에게 일을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경제를 일으킴으로써,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진실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말로만 외치는 ‘양극화해소’가 아니라,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경제부흥’에 올인함으로써, 빈곤의 확산을 저지하고, 이미 확산된 빈곤층을 중간계층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입으로만 외치는 ‘양극화 해소’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며, 이번의 지방선거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부 여당의 고육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양극화의 ‘결과’에 대한 처방전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하지만 양극화의 ‘원인’에서 해답을 찾아야 옳다. 그 양극화의 원인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이므로 정부 여당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대책인 ‘부자 세금 올리기’ 정책을 자꾸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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