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의견] 진잠천 하천선형변경을 반대한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각과 의견] 진잠천 하천선형변경을 반대한다.

  • 승인 2006-03-31 00:00
  •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어리석을 만큼 순진한 한 노인이 집 앞을 가린 산을 옮긴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목표를 끝없이 추구하면 결국 길이 열린다는 신념을 우리는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참 기이하다. 우리가 우공이산의 우화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사례들은 작은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 아니라 권력과 돈을 갖고 있는 정부와 공기업의 개발사업에서다. 사기업도 아니고, 땅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도 아닌 바로 우리가 선거를 통해 뽑은 우리의 대리인이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들이다.

산을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힘은 우리가 여러 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산을 송두리째 잘라내는 일은 눈에 잘 뜨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곧 발각(?)이 된다. 산지가 60%가 넘는 준 산악국가에서 산을 깨서 석재를 만드는 일이나 산의 능선을 어느 날 갑자기 털어내고 도로를 만드는 일은 이제 새로울 게 없다. 남북간 도로에 이어 동서간 도로건설이 활성화되면서 어디를 가도 흔히 만나는 풍경이다.

그러나 강을 옮긴다면? 강도 그렇게 금방 드러나고 그래서 정서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까? 드러난 허연 속살을 보며 시민들이 분노하거나 아파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산을 옮기는 것만큼 강은 사람들의 시야를 붙잡지도 정서적인 반감을 초래하지도 않을 것이다. 강을 바꾸는 일은 쉽게 눈에 드러나지 않으며 그만큼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은 탓이다.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농촌지역의 강이라면 더욱 그렇다.

진잠천이 바로 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갑천의 지류인 진잠천은 서남부생활권 개발예정지 1단계 사업구간에 포함돼 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대전도시개발공사가 공동 참여하여 개발하게 될 지역을 관통하여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하천이 진잠천이다. 농경지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사행천을 도로개발계획과 토지이용효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상술에 따라 하천선형을 개발측이 원하는 대로 새로 만들려 진잠천, 화산천 하천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말은 생태하천을 조성한다고 한다. 선형은 원하는 대로 고쳐놓고 제방 내부의 하상은 생태하천으로 만들면 그게 생태하천인가? 산을 옮기고 강을 들어 올려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지극한 정성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민본행정도 아니고 땅을 밀어내서 집을 지어 파는 공기업들의 이윤이다. 시민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물며 하천과 그 안에 사는 생물들이야 관심대상이 아니다. 자리를 옮기면 다시 깃드는 것이 생물이라고 너무나 쉽게 무시해버린다.

대전시와 토지공사가 노은지구를 개발하면서 반석천의 하천선형을 변경했다. 당초 존재했던 저수지를 메워 아파트를 지었다. 저류지도 없어 지난 여름 홍수시에 반석천과 유성천 일부가 쓸려나갔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도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테크노밸리의 토지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관평천의 하천선형을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대전 최고의 주택지가 될 것이라고 자랑해온 대전시가 서남부권 개발에서 하천선형 변경이라는 구시대적 행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천의 생태기능과 치수를 위해 하천 내 구조물을 전혀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하물며 하천선형을 사람의 기준으로 그것도 이윤의 기준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생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하천관리위원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사안이 일부 선형 변경이라는 주장으로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천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고 자연 그대로의 진잠천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형수술하게 될 진잠천 하천정비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