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초적 본능’의 섹스심벌 샤론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의자에 앉은 샤론 스톤이 다리를 바꿔 꼬면서 슬쩍 뭔가가 빛처럼 스쳐 지나갔던 장면의 기억 말이다. 이 단 한 장면만으로도 ‘원초적 본능’은 에로틱 스릴러의 교과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 짜릿함을 이 두번째 ‘원초적 본능’도 재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 속편이 전편 성공의 후광에 어느 정도 기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스케일을 확장하거나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변주하는게 속편의 법칙. 하지만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전편을 베낀다. 무대만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뀌었을 뿐. 설정과 캐릭터, 스토리, ‘눈요기거리’까지 모두 그대로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도 그렇다. 마이클 글라스. 전편에서 남자 주인공을 연기했던 마이클 더글러스에서 ‘더’자 하나만 뺐다. 그리고 이 남자 주인공의 카리스마도 딱 그만큼 모자란다.
증거 불충분으로 사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캐서린 트러멜(샤론 스톤). 그러나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 중독증’이란 정신 감정을 받은 그녀는 마이클(데이비드 모리시)에게 정신과 치료를 요청한다. 이제 뇌쇄적인 그녀의 모습이 펼쳐진다. 전편에 비해 훨씬 능동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은 숨이 막힌다. 그러나 그뿐. 다리를 꼬는 대신 의자를 사이에 두고 다리를 벌리는, 그 것으로 샤론의 역할은 다한 느낌이다.
샤론 스톤은 여전히 놀라운 피부와 다리 곡선을 보여주지만 전편에서 보여준 숨이 멎을 듯한 강렬한 섹시미엔 미치지 못한다. 하기야 그녀도 낼 모레면 쉰의 나이가 아닌가. 파운데이션으로 무장한다 하더라도 세월을 속일 순 없다.
기대치를 낮추고 본다면 훨씬 재미가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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