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6년째를 넘어서고 있는 간병인 한봉화(여·58)씨. 그녀의 환자돌보기는 단순히 직업의 의미를 뛰어 넘어 이제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그녀만의 봉사활동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지난 2000년 처음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가 따뜻함과 애정으로 환자들을 보살피는 한씨를 만나 그녀의 하루를 들어봤다.
환자들 씻기고 보살피고 하루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 보면서 보람
‘봉사·사랑’ 수반돼야 진정한 간병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6시.
대전지역 대형종합병원 등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해 온 한씨는 현재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에서 1년 2개월째 한 환자와 함께 길고 긴 하루를 시작한다.
1주일 가운데 단 하루만 그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나머지 시간은 모두 환자들과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관계로 한씨의 손길이 절실하다. 어찌 보면 그녀의 손길은 환자들에게 있어 가족 못지않은 사랑의 존재이자 생명선으로 인식돼 있을 정도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환자들을 직접 씻기고 하다보면 오전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9시30분. 이 시각이 되면 환자와 간병인은 함께 뼈를 깎는 고통을 교감하며 재활을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한방병원이란 특성상 침과 약물을 이용하는 치료와 물리치료 등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낮 12시까지 계속 진행되는 재활치료로 환자 본인 뿐 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한씨의 몸과 마음도 지쳐 버릴 정도다.점심식사 뒤 오후 2시부터 오전 내내 이뤄졌던 재활치료가 또 다시 진행된다.
오후 5시까지 병원에서
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후 8시부터 환자 개인에 맞는 걷기운동 등 단순 재활치료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한 시간여 동안 이런 시간을 가지면 하루 동안의 힘든 일과가 마무리되고 오후 9시면 자유시간 및 취침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간병인도 환자와 함께 곧바로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밤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다양한 일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잠이 들었다하더라도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환자가 깨어나면 한씨도 깨어나 다시 잠들 때까지 잠을 설쳐야만 한다.
보통 사람으로서 해내기 힘든 간병 일을 무려 6년여 동안 해온 그녀만의 노하우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한씨는 “봉사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지금까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녀 특유의 밝고 환한 미소를 내비쳤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녀를 간병인으로서 남게 하는 요인은 결코 적지 않다. 가족들의 사랑과 배려는 물론이거니와 그녀 자신이 돌봐줬던 환자들이 병실을 떠나 그녀를 잊지 않고 연락이 닿았을 때이다.
매일 환자와 함께 하다보니 환자의 가족은 물론 의료진들에게 환자 자신이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이제는 자신이 전달해줄 수 있다는 그녀는 “간병인으로서 지속적인 교육을 받으며 전문성을 띤 간병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줬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간병인으로서 생활할 때는 환자와 한 몸이 돼야 하며, 진정한 간병은 ‘봉사’와 ‘사랑’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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