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요일 아침 일찍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생존해 있는 분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외교가의 가장 원로이신 박동진(朴東鎭) 전 외교장관이셨다. 그 분은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모셨기 때문에 남달리 나라를 사랑하는 분이다. 대단한 거목이다.
박장관은 유난히 밝고 낭랑한 음성으로 “임 의원 계신가요?”라고 말씀하셨다.
80대 중반이신 분이 너무 젊은 음성으로 말씀을 하셔서 “전데요, 누구세요?”하였다.
“저 박동진입니다.”
“영광입니다. 너무 청년음성이시라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젊다고 하시니 기분 좋습니다.”
“전화 드린 것은 하도 격세지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내가 74년대에 주 유엔(UN)대사로 있을 때 그 당시 UN의장으로 있던 알제리 부테풀리카 외무장관(현 대통령)이 너무 김일성 편을 들어 얼마나 골치가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 생각을 하면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화가 불끈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북한하고 제일 가까운 사람이 우리나라 노무현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는 기사를 읽고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임의원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토록 북한과 제일 가까운 사람을 한국과 제일 가깝게 만든 분이 임 의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도 평생 외교를 한 사람이지만 이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이고 대단한 일을 해놓으신 일입니다. 하여튼 축하합니다”라고 시종일관 기분 좋은 음성으로 약 30분간 치하를 했다.
필자는 한국정부의 협력을 얻어 2003년 12월초에 드디어 부테풀리카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방문 하도록 주선하였다. 또한 대통령선거를 약 한달 앞두고 2004년 2월25일 알제리로 대통령을 방문하여 한남대학교 신윤표 총장으로 하여금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8명의 장관들과 대통령 궁에서 파격적으로 4시간동안이나 점심대접을 받으면서 대통령선거대책에 대해서 필자가 특강을 하면서 재미있고 뜻 있게 보낸 일이 있다.
대통령은 2004년 4월 8일에 83%의 득표로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어떤 사람은 적어도 대통령선거에 필자가 20%는 도왔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최소한 10%이상의 영향은 주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알제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필자도 노력하고 한국기업들의 관심이 많아져서 한?알제??경제관계가 활발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요컨대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 알제리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환대를 받은 것은 필자의 노력이기라기보다 세계에서 보는 한국, 코리아의 브랜드가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테풀리카 대통령은 요즘도 가끔 국무회의에서 필자와의 관계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한국 문제는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는 말을 투자장관으로부터 전해 듣고 있다.
한국기업인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알제리에 투자도 하고 무역도 확대하기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