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한-미 FTA,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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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한-미 FTA, 이대로는 안된다

  • 승인 2006-03-30 00:00
  • 강신성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강신성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권은 올해 이후 정부운용의 목표를 양극화의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에 둔다고 발표하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 사이 무역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제한을 철폐하여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롭게 거래하자는 것이다. 무역과 관련된 분야는 교육, 의료, 환경, 서비스, 금융, 노동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망라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우리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스크린 쿼터, 쇠고기 수입, 미국산 자동차의 배출가스, 의약품값 등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이미 받아들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민소득이 2% 증가하고, 중장기적으로 대미수출은 12-17% 증가, 10만 4천개의 일자리 증가 등 장밋빛의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입시장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첨단산업과 사양 산업 사이 산업간 고용이동에 따른 실업문제의 발생,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예상에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매우 회의적이며, 특히 농업분야에 있어서 농민의 이농과 실직에 따른 농촌경제의 피폐화는 식량주권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또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수입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이 자유화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다소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등의 산업은 보다 이익을 얻겠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산업은 더욱 황폐화되어 정부 목표와는 정반대로 양극화의 확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선행하는 모델로 대표적인 것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사이 이루어진 자유무역협정으로 1994년 1월 1일 발효되었다. 이 협정 이후 멕시코는 노동, 사회, 환경 등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문제가 발생하였다. 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으며, 경제활동인구 중 적어도 20%는 실업자이고, 일자리의 질도 나빠졌고, 노동과 자본 사이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강한 독성의 위험물질처리산업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미국과의 교역관계 속에서 자유무역협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여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추이를 보며 진행시키겠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법조개혁 등 여러 분야의 개혁에 있어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었던 형국이라 할 때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일본을 제치고 먼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일본보다 앞선다는 자신감인가. 자신감은 좋지만 국가수용능력이 뒤따르지 않는 자신감은 나라를 망칠 우려가 있다.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은 1패를 하고도 4강을 한 반면, 일본은 3패를 하고도 우승을 하였다.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룰 탓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두 나라 사이 협상에 의해 체결된다 해도 결국 강대국의 이익이 보다 많이 관철되는 것이 국제적인 협상의 실체라면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과정 속에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보여준 행동을 할까봐 두렵다. 스포츠는 일과성으로 끝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결과는 우리의 미래 운명이 온통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하고, 전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그 어떠한 협상도 성공으로 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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