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NOT GOD - 인간은 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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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NOT GOD - 인간은 신이 아니다”

  • 승인 2006-03-29 00:00
  • 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각 개인이 자기만의 개성이 있듯이 세계 여러 민족들도 그 민족만의 독특한 민족성이 있다. 우리의 민족성 가운데 독특하고, 또한 돋보이는 것이 승부근성이다. 우리 민족은 일단 경쟁이나 싸움이 벌어지면 최선을 다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이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한. 일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뛰어난 성적이나, 이번 국제야구경기에서 미국과 일본을 이긴 것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다. 이 국가적인 대결에 있어서는 너와 내가 있을 수 없고, 승리를 위해 모두 하나가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이기고자 하는 열정의 민족성에서 나온 저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정이 역기능적으로 나타날 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고는 못 사는 성질’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불러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즘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도박과 사행성 오락산업이다.

경마, 경정, 경륜과 같이 국가가 인정한 시설에서부터 카지노와 성인오락실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형태는 다르지만, ‘지고 못 사는 심리’를 이용한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한 번 빠지면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깨지고, 심각한 중독증세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도 멈출 줄 모른다. 잃은 것에 대한 미련과 진 것에 대한 분함 때문에 또 언젠가는 일명 ‘대박’이 터질 것을 기대하기에, 그곳이 ‘인생의 수렁’인줄 알지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도박은 ‘이기고 지는(win and loose) 게임’의 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 반드시 질 수 밖에 없는 필패(必敗)의 게임이다. 요즘 우리 지역 대전의 구(舊)도심과 유흥가를 중심으로 이런 도박 시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깨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에는 1935년부터 시작된 알코올 중독자의 모임(Alcoholics Anonymous)을 비롯하여 도박과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 있고, 최근에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집착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돕는 모임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임에서 치료를 받고 일상의 생활로 복귀하였으며, 12단계로 된 이들의 프로그램은 치료에 있어서 높은 효과가 있음이 검증되었다. 이 알코올중독자 모임의 창시자는 자기 모임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썼는데, ‘NOT-GOD’라는 제목의 책이다. 인간은 결코 하나님이 아니라는 뜻의 이 책의 제목은 그들 모임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성경의 표현대로 질그릇과 같은 연약한 존재이며, 실수할 수도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박이나 잘못된 승부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러한 인정과 방향전환이다. 일확천금의 환상만을 좇아 맹목적으로 달린 인생에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방향전환이 있어야 함을 인정하고 희망해야 한다. 여기에 치료의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지금까지의 손해를 ‘인생의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잃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존재이며, 잃은 것도 있지만, 그 잃음을 통해서 얻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대박’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아이들의 작은 미소에, 일터에서 흘린 땀 한 방울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서는 참된 회개(悔改)가 필요하다.

또한 당국자들은 시민들이 ‘불필요한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당장의 작은 세수(稅收)에 눈이 어두워 백성의 정신을 썩게 만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실험실의 작은 바이러스가 내 집과 관계없을 것 같지만, 전염병이 되어 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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