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에서 학력이 높은 학교로 명성이 있지만 높은 학력의 바탕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교육하는 바람직한 인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학교는 특색사업으로 독서교육을 체계적이고 실천적으로 하고 있다. 또 사용하는 언어가 인성을 만들고 인성은 말로 나타난다는 생각으로 바르고 아름다운 말 쓰기에 힘쓰고 있다. 이런 교육 효과는 학생들의 어려운 이웃 봉사와 자연사랑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서의 생활화=아침 독서 30분이 인생을 바꾼다는 인식 아래 이 학교의 아침은 책을 펴는 데서 시작한다. 아침 8시 30분이면 모든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미안해서 차마 더 돌아볼 수가 없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사르락거리며 들릴 뿐 교사도 학생도 독서삼매경이다. 아침독서시간은 9시까지 계속된다. 이 아침독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나 학생들은 이 시간을 ‘절대 독서 시간’이라고 부른다.
독서 후에는 생각을 독서공책에 정리한다. 전교생은 학교에서 인쇄해서 배부한 독서 공책 ‘온글누리’를 가지고 있어서 독서 후의 감상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공책에 정리하고 교사는 한 달에 한 번씩 확인을 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일 년에 누구나 8권의 책을 반드시 읽을 수 밖에 없다. 학년별로 정해진 필독도서량이어서 아무리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필독도서는 한 달에 한 권씩 시험을 치러서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교를 졸업하면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도 24권의 책은 읽게 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평생 동안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이 학교의 도서실 ‘온글누리’는 연중 개방돼 있다. 그곳에선 항상 수업이 이루어지거나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밖에 ‘국어경시대회’, ‘독서토론대회’, ‘독후감 쓰기 대회’, ‘책 광고 대회’, ‘독서 골든 벨’등의 행사를 통해 이 학교 학생들은 일년 내내 독서와 붙어서 지낸다.
▲언어는 예절의 기본=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지식 정도나 가치관 등 그의 인간 전체를 알 수 있다. 인격은 이렇게 말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지만 말을 통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절의 기본은 언어라는 생각 아래 이 학교에서는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국어교사들이 ‘문지말본’(문지중학교 말의 본보기)을 엮어 일주일에 한 번씩 바르게 써야 할 말, 쓰지 말아야 할 말, 알고 써야 할 말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행복한 세상’ 봉사활동=이 학교에는 학생들 스스로 모여서 활동하는 봉사동아리 ‘행복한 세상’(회장 3학년 김용근, 부회장 2학년 장미란)이 있다.
이 학생들은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라는 책을 읽고 이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하게 됐다고 한다. 2003년에 조직된 이 동아리는 현재 재학생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전민동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께 학교급식실에서 매일 점심도시락을 싸서 배달하고 있다. 공휴일에는 할머니를 방문해 말벗도 해 드리고 집안청소도 하며 어른 공경을 실천하고 있다.
대전시 인근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작년 추석에는 전민동 소재 노인회관 4곳을 방문해 다과상을 차려 드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전통예절 배우기=이 학교에는 전통 예절을 배우기 위한 예절실이 설치돼 있다.
이곳엔 한복과 다기가 갖춰져 있어 학생들은 기술·가정시간에 전통 예절을 실습하고 있다.
한복 입는 법에서부터 절하는 법, 웃어른 말씀을 듣는 자세, 웃어른 공경하는 마음 등을 배운다. 그리고 차끓이는 법, 차 따르는 법, 차 마시는 법 등 다도도 실습하며 공부하고 있다.
전통예절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2학년 송낙원(14)학생은 “집에서 한복을 입어도 속옷까지 다 갖추어 입는 법은 배우기 어려운데 정식으로 배워서 좋았다”고 말했다.
2학년 고운솔(15)양은 “우리 또래의 친구들은 다도를 배울 기회가 없는데 학교에서 배우니 차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법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피력한다.
▲자연사랑 실천=이 학교에서는 자연에 대한 사랑도 가르치고 있다. 학교 뒷산인 화봉산을 사랑하는 동아리 ‘화사동’(지도교사 김응모, 서애경)을 만들어 여러 가지 행사를 열어 ‘자연사랑’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화사동에서는 4월에는 산에 나무를 심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등산로 정화활동을 한다. 봄과 가을에 등산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산불조심 캠페인활동과 자연보호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현재 화사동에서 활동하는 재학생은 42명.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에 자연을 존중하며 아끼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절 교육이 자연에 대한 존중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김영만 교장 인터뷰> “상대방 배려가 예절의 출발점”
“예절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예절이란 나 위주가 아니라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달 초 대전문지중에 부임한 김영만(54·사진)교장은 자신의 예절교육관을 이같이 밝혔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에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독서교육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독서는 교육의 효과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지만 인성 교육의 측면에서 가장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교장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책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좋은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은 마음이 악해지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천예절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언어 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학생들 중에는 높임법에 맞게 말할 줄 모르고 친구들간에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쓰는 학생들이 있어서 바른말 쓰기 운동으로 자료를 모아 ‘문지말본’을 엮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독서와 언어를 통해 자기주변의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자기 수련이 된 사람이라면 눈을 좀더 크게 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야 한다”고 밝히고 “그래서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교장은 “인간에 대한 예절이 더 넓어지면 자연에 대한 사랑도 더불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학생들이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교장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