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소방대원들이 출동하여 진화한 산불은 모두 60건이다. 이 중 73.3%인 44건이 봄철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되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 21일까지 이미 26건의 산불이 발생하였다. 지난 10일에는 77세 노인이 논두렁을 태우던 중 야산으로 번진 불을 혼자서 끄려 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봄철의 실효성 없는 논밭두렁 태우기 풍습으로 많은 산불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봄철은 건조하고 바람까지 많이 부는 계절적 특성으로 작은 불씨도 바람을 타면 순식간에 주변으로 옮겨 붙어 산불로 번지게 된다. 소방차가 현장에 긴급히 출동하더라도 좁은 도로나 험악한 지형으로 소방차량 등 진압장비의 진입이 곤란한 데다, 화열로 인한 강한 열기류까지 형성되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대형 산불사례에서 보았듯이 한 번 산불이 나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가꾸어 온 귀중한 산림이 소실되고, 인접 주택이나 축사 등 주민생활권까지 화재가 확대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산림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소가스로 인한 공기오염, 생태계의 교란, 수질오염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모든 것을 황폐화시켜 복구까지는 수십,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오랜 풍습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계속되고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실제로 별다른 실효성도 없으면서 얼마나 큰 위험을 안고 있는지를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논밭두렁을 태워야 할 경우에는 산불로 번지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올 해 봄철에는 더 이상 우리의 아름다운 산야가 검은 그을음으로 얼룩지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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