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나랏일의 근본인 만큼 중요시했지만, 7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민둥산이 많았다. 학생들까지도 송충이를 잡으러 산에 올랐고, 싸리나무, 아카시아씨앗에 풀씨까지 따다 내야 하는 것이 학교의 숙제였다.
농촌에선 땔감으로 솔가지 하나라도 베었다가 발각되면 큰 벌을 받곤 하였다. 그렇게 단속을 하고, 산림녹화를 나라의 최우선 시책으로 삼은 데다 연료를 연탄이나 기름으로 바꾸면서 산은 푸른 옷을 입게 되고 이만큼 우거진 숲을 갖게 되었다.
철 따라 옷을 갈아입어 풍치를 뽐내고, 목재와 갖은 열매를 주는 등 산의 혜택이야 일일이 들 수가 없지만, 공해에 찌든 환경을 걸러주는 허파의 역할에다 물을 머금고 있다가 서서히 흘려 내려주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녹색의 쉼터가 되어 주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생명의 산이 붉게 맨살을 드러낸 채 황량한 사막과 같다면 아마 사람들의 심성마저 삭막해 질지 모른다.
그런데 벌써 여러 곳에서 산불로 수 십 년 가꾼 나무가 한순간에 타 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사람들의 부주의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인 만큼 조금만 조심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봄철이 되면 여기저기서 산불이 일어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두 조심을 하여, 산불은 이제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고, 빨간색 티셔츠는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돼서나 입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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