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통(通)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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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통(通)해 봅시다

  • 승인 2006-03-24 00:00
  • 김대순 (환경실천연합회 충남지부 사무처장)김대순 (환경실천연합회 충남지부 사무처장)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적(詩的)이며 고귀(高貴)한 분위기 속에 지혜를 짜낸 휴머니스틱한 작품으로 칭송(稱頌)받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라는 소설이 있다.
여기에서 어린 왕자는 불평도 많고 귀찮은 존재이기만 한 소혹성의 한 장미와 특별한 인연(因緣)을 맺음과 동시에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고 돌보면서 가식이나 꾸밈이 없이 마음속 깊은 영혼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고유한 의미를 우리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세 가지의 고통을 이긴 성녀(聖女)로 만인(萬人)의 우러름을 받고 있는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인 셜리번 선생 또한 열병에 걸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고 벙어리가 된 헬렌의 가정교사를 자청해 50여 년 동안 친구이자 한줄기 빛이 되어줌으로서 진심으로 전하는 위대한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심각해진 요즈음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나 하나의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어간다는 이야기들은 지난날의 허상(虛想)이자 허구(虛構)일뿐 어느새 비현실적인 과거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어쩌면 물질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간을 다투며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인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수많은 선택(選擇)을 통해 하나 하나를 결정해 가는 과정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되지도 않을 뿐더러 오직 득(得)과 실(失)의 결과물만이 존재하는 것이 작금(昨今)의 현실 아니던가.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리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은 물질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자세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 관계를 맺는데 있어 어린 왕자와 장미처럼, 헬렌켈러와 셜리번선생 같은 순수함과 진실함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순간에도 수 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헬렌켈러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으며 오직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면서 마음가짐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간다 하더라도 진실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피상적(皮相的)이고 일시적(一時的)인 태도를 버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성(眞實性)으로 상대를 대해야 하는 것이며 어렵고 힘든 일이더라도 우리 스스로 느끼며 마음을 다하고 그로 인해 타인(他人)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 삶은 헛되지 않음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새봄을 맞아 우리의 삶도 한번쯤 되돌아보자. 우리 자신은 과연 어린 왕자의 순수함과 진실함을 얼마만큼이나 가지고 있는지, 헬렌켈러의 뜨거운 가슴이 우리에게도 남아있는지, 무엇보다 세상을 좀더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도 해보자.

그리고 비록 바쁜 일상 속이지만 초록빛으로 변해 가는 나무들과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나의 가족과 일터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관계의 의미를 다시금 부여해보는 여유도 가져보자.

아무리 순수(純粹)와 진실(眞實)이 메말라버린 세상이라지만 최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의 의미(意味)는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따뜻한 가슴과 하나된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진심으로 ‘통(通)’해 봅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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