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탐방> 한남대 낙조회

<동호회탐방> 한남대 낙조회

수담·손맛의 느긋함에 즐거움이 낚이네

  • 승인 2006-03-24 00:00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 한남대 낙조회 회원 이봉환씨(48)씨가 지난해 10월 태안군 남당리앞 바다에서 2시간만에 잡아올린 싱싱한 우럭을 들어보이고 있다.
▲ 한남대 낙조회 회원 이봉환씨(48)씨가 지난해 10월 태안군 남당리앞 바다에서 2시간만에 잡아올린 싱싱한 우럭을 들어보이고 있다.
1분만에 뚝딱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햄버거, 먼 거리를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빨리빨리’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민첩하다’, ‘재빠르다’ 등 ‘빨리빨리’ 문화에 부합한 형용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이 됐다.

이쯤되면 느릿느릿한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할 법도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느림’을 추구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낚시, 바둑 등으로 느리면 느릴수록 결과와 그 성취감 또한 배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느림’을 추구하면서 저절로 ‘느림의 미학’이라는 나름대로의 철학까지 터득하게 됐다. 한남대 낚시 동아리인 ‘낙조회’ 회원들과 충남대 바둑 동아리 ‘기도 연구회’ 회원들을 만나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민물. 바다낚시 불문 연 4회 출조
월척 낚기위한 기다림은 ‘큰기쁨’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낚시의 참 맛을 알 수 있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낙조회는 한남대 교직원 가운데 낚시의 ‘손 맛’에 푹 빠져 있는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낙조회는 지난 2003년 3월 현 회장인 손호영(48·한남대 사무처)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낙조회는 일년에 정기적으로 4번 가량 회원들 모두 태안, 서산 등의 민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낚시 모임을 떠난다.

한 번 떠나면 낚시를 하며 밤을 지새는 것이 부지기수다.
손 회장은 “낚시는 무한한 기다림의 연속으로 이는 곧 느림의 미학이다”며 낚시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바다 한 가운데 좌대(수상가옥)에 앉아 낚싯대를 바다에 담그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기다린다”며 “이 순간에는 ‘오늘은 어느 녀석이 와서 걸릴까’하는 생각을 하며 물속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좌대에 앉아 있을 때는 물 속 생각 말고 일상의 일은 까맣게 잊게 되는데 이것이 낚시의 묘미”라며 “보통 멋진 녀석(월척)을 기다리다 보면 2~3시간이 지나는 것은 순식간이다”고 전했다.

그는 낚시가 ‘느림의 미학’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때는 지난해 10월. 손씨는 동호회 전체 회원들과 태안군 남당리 낚시터로 밤낚시를 갔다. 계절이 깊은 가을인지라 제법 밤 기온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추위 속에서 손 회장과 동료들은 낚시대를 담근 물 속만 주시했다. 한 3시간쯤 흘렀을까, 이날 따라 유난히 잡히는 고기가 없어 철수하려고 할 때 쯤 손 회장 옆에 있던 동료 이봉환(48)씨에게서 ‘아…’라는 탄식이 들려왔다. 짧은 탄식만으로도 족히 대어가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씨는 “동료가 쥐고 있던 낚싯대가 심하게 휘어질 정도로 봐서 여간한 놈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낚시에 걸린 것은 길이 1m, 굵기 15㎝ 가량의 좀처럼 보기 드문 대형 갯장어였다.

손씨는 “고기가 워낙 커 당시 잡은 갯장어에 ‘아나콘다’라는 별명을 붙였다”며 “아나콘다로부터 낚시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낙조회 총무 신형근(42)씨는 “모든 사람들이 빠름을 추구할 때 우리는 느림을 추구함으로써 기쁨을 얻는다”며 “끈기를 갖고 기다리는 자만이 월척을 낚을 수 있는 낚시는 그 자체가 느림의 미학”이라며 낚시 예찬론을 폈다.
한편 낙조회 회원들은 낚시를 하고 나면 주위의 쓰레기들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대전으로 가져와서 버리는 등 환경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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