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상재해와 전쟁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기상재해와 전쟁

  • 승인 2006-03-23 00:00
  • 이우진 대전지방기상청장이우진 대전지방기상청장
꽃샘추위가 한풀 꺾이니 완연한 봄이다. 한 계절이 싫증나기 전에 다음 계절이 다가온 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기후와 함께, 궂은 날씨가 찾아오는 것은 반갑지 않다. 얼마 전에는 금년 들어 처음으로 황사가 찾아왔다. 중국 산업지대의 오염된 공기와 섞였을 지도 모르는 이 불청객 때문에, 하늘이 노래지고 쾨쾨한 냄새에 호흡기환자도 많이 늘었다. 작년 12월은 유난히 춥고 눈이 잦았다. 2년 전 대전 도심과 주변 도로를 마비시켰던 큰 눈이, 이번에는 서해안지방을 자주 내습하여 지역주민들의 고생이 많았다.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듯이, 기상재해도 바닥이 없고 끝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의 90%가 날씨와 기후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괴짜 주인공처럼, 날씨는 한 순간 부드럽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포악한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기상재해의 예방과 경감업무는, 여러 측면에서 전쟁을 염두에 둔 군사작전과 닮은꼴이다. 첫째, 언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전선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서쪽에서 접근하는 날씨의 전조를 먼저 보기위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나 사람이 살지 않는 북격렬비도에도 관측 첨병이 나가있다. 멀리 내다 보기위해 근무환경이 열악한 고산지대에 터를 잡고 관측하는 경우도 많다. 밤이나 낮이나, 평일이나 휴일이나, 아랑곳 않고 경계에 전념한다.

둘째,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이 힘이다. 수천 km 상공에서 디지털카메라처럼 구름의 동태를 포착하는 위성, 미사일을 추적하듯이 강수대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동원되는가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관측한 자료도 고속통신망을 타고 순식간에 슈퍼컴에 입전되어 분석된다.

셋째, 전세(戰勢)는 상대적이다. 방어하는 지역의 억제력에 따라 피해규모도 달라진다.
일기예보와 기후예측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산업발전과 정보화 진전으로 기상재해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도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하철이 새로 건설되거나 도시화가 확대되면, 강한 비로 인한 침수피해에 대한 도시의 내성이 떨어진다. 해안지역의 리조트나 항만시설이 확대되면, 강풍이나 해일로 인한 경제손실도 커진다.

첨단 전자통신 시설이 많아질수록 뇌전에 의한 기기 장애도 늘게 된다. 시설물의 설계기준, 재해위험지도, 대피시설과 비상이동수단을 확충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환경과 조화를 이룬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실익이 될 것이다.
넷째, 유비무환 (有備無患) 이다. 기상예보의 정확도, 정밀도, 신속도를 높이는데 쓰이는 인력과 재원의 경제적 가치는 투자 대비 최소한 7배 이상이라고 세계기상기구는 밝히고 있다. 전투기 한대를 구입하고, 조종사 한사람을 배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여, 기상재해와 관련된 기술개발과 사회안전망 개선에 투입될 예산과 전문 인력의 규모를 다시 짚어 볼 일이다.

다섯째, 범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 호우경보나 태풍경보 등 기상특보가 방재기관에 전달되면, 방재시스템이 즉각 가동되어야 한다. 또한 이 정보들은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를 통해 명료하고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며, 주민들은 어떻게 대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초중고 교과에 영어 수학보다 높은 비중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요령이 다뤄져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가지고, 날씨와의 전선(戰線)을 매일매일 실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재해의 예방과 경감’이라는 표어를 내건 세계기상의 날(23일)을 맞이하여, 도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 첩보를 빛의 속도로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이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