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투명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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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투명한 법원

  • 승인 2006-03-23 00:00
  • 박범계 변호사박범계 변호사
조합원들에게는 은행의 역할을 하는 산림조합의 한 조합장님 이야기다. 참여정부 초기 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정부의 핵심과제로 삼을 때다.

현금을 3억 갖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은행에 예금을 할 수가 없음을 고민하더란다. 친구인 내가 모든 비밀을 지켜줄 터이니 우리 조합에 예금을 하라고 권했더니, ‘이 사람 현실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더란다. 현금 3억은 무언가 구린 데에 쓰거나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데 쓰려고 갖고 있는 것인데, 어떻게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은행에 예금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3억은 조합장의 친구 집에서 잠들어 있었고, 종국엔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데 쓰여져 사회적 비용을 높일 것이다.
이 사례는 투명성이 사회의 건강성을 제고시키는 것에 한하지 않고 경쟁력 제고의 핵심요소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국민 1인당 소득 2만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사회 투명성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핵심요소가 아닐까 ?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2002년도 기준 국가 투명성 순위에 한국은 40위에 올라 있고, 국가 경쟁력 순위가 15위다. 투명성 순위가 20위 이내인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은 국민소득 2만불이 훨씬 넘는 국가들이다.

부정부패, 투명성 뭐 이런 단어를 상기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기관이 있었다. 검찰이다. 지난 수십년 간 한국 현대사에서 한편으로는 부패한 권력의 방패로 무수한 돌팔매를 당하면서도 또 꿋꿋하게 빗나간 권력에 대한 감시의 역할을 자임해온 기관이었다. 영욕의 세월이라고나 할까?

국민의 투명성에 대한 강렬한 요구는 지난 문민,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 들어 이제 최고조에 이른 듯하다.
이제는 어느 공직자라도 그 지위를 막론하고 관성에 젖어 쉽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는 시대이다. 성추행 사건이나 황제 골프 사건이 그러하고, 새로이 터져 나온 황제 테니스 사건이 그러하다. 그런 시대에 국민의 감시의 눈이 막 법원으로 향하려 할 때, 법원이 눈치 빠르게 이러한 변화를 정면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대통령 탄핵결정, 행정수도이전 위헌 결정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관습헌법의 중요한 기능은, 성문헌법이 그 경직성으로 인하여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충하는 데에 있는 것임에도, 관습헌법으로써 변화의 거세 흐름을 막으려 한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굳이 이러한 굵직한 담론이 아니라도 사법의 문턱은 너무 높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작용은 아무나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투명한 유리알이 아니라 검은 장막 뒤의 무대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불과 1-2년 사이에 사법부가 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아니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새 대법원장의 등장과 함께 전국 법원에 불기 시작한 변화는 다름 아닌 국민을 위한,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사법이란 점이다. 모든 재판작용이라는 것이 다 대립적인 이해당사자를 갖고 있는 것인데, 법원이 어느 일방을 또는 쌍방을 모두 주인처럼 떠받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사법은 투명한 사법이다. 투명한 사법은 재판에 관계하는 당사자, 변호사, 검사, 판사 모두가 당당히 공개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판의 중심이 판사실에서 문서에 의한 것이 아니고, 법정에서 말로써 한다는 것(이를 법정 중심의 재판절차, 구술주의, 직접주의, 공판 중심주의라고 개념 정의할 수 있다)을 말한다.

법정에서 당사자는 할 말을 다했다는 만족감을 가질 것이고, 어느 변호사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분간할 것이며, 판사의 재판이 공정한지를 한눈에 판단할 것이다. 시민들은 법원이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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