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단체장이나 의회의원은 성직과 비슷하다.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을 앞세워야 하고 사사로움보다는 공공의 안녕을 추구해야한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자기 희생이 버거워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자리다. 망둥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도 뛴다고 요즘 정당 대문 앞에는 공천 받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제가 곰배팔이인지 곰보인지도 안 따지는 하루살이들이다.
민의에 따라 소명(召命)을 받아 출마하려면 최소한 정당을 선택함에 있어 흔들림이 없어야한다. 이 정당에서 공천 안 준다고 저 정당으로 가서 비럭질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을 정치적 노류장화라 한다.
기왕에 한자리 깔고 앉은 사람들은 내가 선량의 몫을 다했나, 당국의 심부름꾼이 되어 이권 밝히기를 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1000여 년 전 宋나라 정치인 구양수(歐陽修)는 그의 붕당론에서 ‘소인은 무붕(無朋)이요, 군자(君子)라야 유붕(有朋)이라’했다. 소인들은 붕당을 만들 수 없고 군자만이 붕당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에 대해 ‘소인은 동리위붕(同利爲朋)하고 군자는 동도위붕(同道爲朋)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인은 이득을 얻기 위해 모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 할 때에는 깨지지만 군자는 같은 이념으로 모였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조론(志操論)을 쓴 조지훈은 소인들이 만든 정당은 안 된다고 말한다. 이해붙이의 정당이라 국민을 저버리고 벗겨먹고 잊어버리고 자당 자파 자가의 사리사욕만 추구한다고 말한다.
요즘의 이른바 정당이라 하는 것이 낙동강 오리알끼리 야합해 갖은 못된 권모술수를 구사하여 지어 논 사상누각처럼 불안하다. 티격태격 공천싸움이 요란한 것을 보니 부패선거의 조짐이 선연하다.
채근담(採根潭)에 이르기를 ‘한때의 적막함이 있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한 이름을 남기지 말라’고 했다. 정당이 부실했건 말건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몸담았던 붕당을 욕함은 스스로 변절자임을 나타낸다. 조지훈은 지조를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자기가 믿고 표방했던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에 어긋날 때에는 최저의 생활, 최악의 인욕(因辱)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술자리가 끝날 때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끝나는 때를 이심전심으로 안다. 너덧 순배의 술이 돌아갔고 덕담과 익살이 끝날 무렵 얼근하게 취해 한 사람 두 사람 일어선다. 마실 만큼 마시고 취할 만큼 취하면 술자리를 떠나야한다. 그런 사람은 술 끝이 좋다고 한다. 먹성 좋은 돼지도 밥통이 70%만 차면 진수성찬을 줘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딱 한잔만 더’가 술꾼을 망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의원의 선거를 앞두고 어떤 기득권자는 마치 그 자리를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로 착각한다. 한번 해 먹으면 마르고 닳도록 해 먹으려고 달려든다. 뉴트 깅리치 전 미하원의장. 78년 하원의원이 된 후 11선의 정치관록을 쌓은 데다가 1994년 중간선거에서 소속정당인 공화당이 40년 만에 다수의석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공훈을 세운 원로 정치인이다.
잘하면 합중국 대통령도 넘볼 수도 있는 그가 98년 공화당 의석수를 늘리지 못하자 하원의장직과 의원직까지 버리며 정계를 은퇴했다. 미국을 비롯 전 세계 정치인이 감동했다. 정치인은 말없이 떠날 때가 아름답다.
5월 선거에 출마하실 여러분. 이(利)붙이, 즉 월급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이권을 찾아 부자 되고 싶으신 분 안 계십니까? 그런 분이 계시면 정당공천도 포기하고 선량한 시민 앞에 나서지 마세요. 그리고 현역 여러분. 그 자리는 당신들을 위해 만들어 논 철밥통이 아닙니다. 스스로 4년을 뒤돌아 당신의 행적을 더듬어보세요. ‘아! 나는 유권자들에게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5월 선거에 나서지 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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