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 지난해 실제 장기기증
각막. 신장 등 생명나눔운동 전국확산 앞장
“사랑은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난주 운동을 마치고 갑자기 쓰러진 개그맨 고 김형곤씨가 살아생전 자신의 시신을 비만 치료를 위해 써달라던 유언에 따라 사체를 기증, 감동을 주었다. 생전이나 사후에 장기를 기증받아 고통받는 환자에게 이식수술을 해줌으로써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새생명 나눔운동이 바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이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은 지난 91년 1월22일 이웃과 생명을 나누기 위해 서울에서 창립된 이래 전국에 15개의 지역본부가 활동하고 있다. 대전충남지역본부(본부장 황승기)는 지난 96년 3월 창립됐으며 현재 중구 대흥 3동 신우신용협동조합건물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재철 사랑의 장기기증 대전충남지역본부사무국장으로부터 장기기증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기기증 운동은 시신 기증을 통해 의학연구와 의료기술 발전에 일조하고, 이러한 국민 서로간 새생명나눔의 사랑실천운동을 통해 국민화합과 건강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기이식이란 인체 조직의 일부를 타인에게 기증해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소생할 수 없는 장기를 정상 장기로 대체하는 시술로, 죽음만을 기다리며 연명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이다.
과학의 발달로 각종 첨단 장비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의학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나 21세기가 열린 현대에도 인간의 장기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신장과 같은 경우에만 대체 장기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단지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다.
이식이 가능한 장기는 각막, 신장, 간, 심장, 췌장, 골수, 폐, 뼈 등이다.
이 중 살아서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골수와 신장, 간이 있고, 그 외의 장기들은 뇌사시나 사후에만 기증이 가능하다. 특히 뇌사는 지난 2000년 2월8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제5858호)’이 시행되면서 법적인 근거를 갖게 됐다.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이식하면 8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줄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이 세상을 떠나가는 한 생명으로 인해 8명이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고귀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재철 국장은 “사랑의 장기기증은 순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명나눔이며, 이 운동은 신분과 종파를 초월해 이웃과 더불어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운동이고 민족과 지구촌을 새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해 대전·충남에선 18명이 간과 신장, 각막, 시신을 기증했다.
지난 96년 장기기증등록자가 319명이었던데 비해 지난해에는 4620명이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10년동안 통계를 분석해보면 각막 기증 등록자가 7000여명, 뇌사시 장기 기증 등록자가 5500여명, 시신기증 등록자가 3000여명, 뼈 기증 등록자가 2900여명, 골수기증등록자가 1700여명, 신장기증 등록자가 500여명 등 총 2만2000여명이 대전·충남지역본부에 장기기증을 등록했다.
반면에 실제 장기기증 현황을 보면 10년 동안 각막 기증은 52건, 신장 기증은 38건, 심장 기증이 2건, 간장 기증이 5건, 췌장 1건, 폐 1건, 시신 61건 등에 그치고 있다.
이는 가족들에게 등록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후 또는 뇌사시 장기기증등록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먼 훗날 기증할 상황이 생기게 되면 가족들이 기증의사를 본부로 알려야 하는데 그 사실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다면 당장 기증하지 않아도 되며, 등록을 한 후에도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번복을 해도 무방하다.
이 국장은 “본부에서 펼치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은 죽고 난후, 적어도 한가지만 기증하자는 것”이라며 “평생 더 열심히 생활하고, 사후에는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을 한 분들중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책임이 생겼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후에 더 건강한 장기를 남에게 주려면 몸을 함부로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다는 거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문의 1588-1589. 대전·충남지역본부 042-257-7567.
황승기 본부장에게 듣는다
“사후 아낌없는 베풂으로 이웃에게 새 빛과 삶을”
“병들고 소외된 가난한 이웃들과 무언가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합니다.”
황승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대전·충남지역본부장(67)은 “자신이 살아서 불치병으로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몸을 나누는 행위나 자신이 사후에 주고 갈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웃을 위해, 알지 못하는 남을 위해 베풀고 간다는 것은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 숭고하고 의미있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장기 기증은 이식수술의 성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식받은 사람이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사회에 복귀해 원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남부교회 담임목사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황 본부장은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또는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기꺼이 기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국에 있는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장기기증의 취지를 설명해주는 황 본부장은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일화’는 진정한 이웃이 누구이며, 이웃사랑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인 장기 기증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때 인용하는 구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바닷물의 염도가 25%에 이르면 소금이 결정되기 시작한다”며 “남한인구의 25%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소금의 역할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사랑을 베푼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96년 대전·충남지역본부가 창립 이후 장기 기증운동의 뜻에 공감한 기독교 인사들과 함께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을 펼쳐, 여러 곳의 강연을 통해 생명나눔운동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주는 희망의 빛인 각막 기증과 삶을 나누어 주는 신장 기증, 죽음도 아름다운 시신 기증 등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생명나눔운동을 펼치면서 큰 보람과 기쁨을 얻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전국에 확산돼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기쁨을 모두가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약력
▲38년 서천 출생 ▲총신대, 동대학원 졸, 미국 사우던 캘리포니아 테오로지컬 세미나리 졸업(목회학 박사) ▲충남도 경목위원회 위원장 ▲대전극동방송국 운영이사회 고문 ▲사단법인 한국선교원 횃불회 대전지부 운영 이사 ▲대전시 기독교연합회 회장 역임 ▲대전시 장로교연합회 초대 회장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전노회장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대전·충남지역본부 이사장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대전남부장로교회 당회장
황승기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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