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애초 “요양기관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으나 시민단체와 대립하는 관계를 유지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되었는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병의원의 주소, 전화번호까지 자세하게 공개하였고 앞으로는 제왕절개 분만율, 주사제 처방률도 공개하는 등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서는 의료사고 상담접수가 많은 병의원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병의원의 정보를 공개하다는 것은 바람직하나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정적 측면까지 공개한다는 것이 문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계통뿐만 아니라 대학 등 여러 파트에서 긍정적 순위 공개는 일상화되어 있다. 법대는 어느 대학, 전자공학은 어디, 또 심장 수술은 어느 병원, 부인과 암의 치료는 어디가 최고라든지 등의 발표는, 일부 반발도 없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선택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을 공개하면 공개의 목적이 소비자에게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이번에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것으로 발표된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은 백혈병 및 혈액종양환자 치료에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히는 병원으로, 이런 환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감기합병증에 대해 항생제 처방은 당연하나 정확한 정보가 없는 소비자는 전혀 달리 받아들이게 된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서 발표하겠다던 의료사고 상담접수건수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환자를 나빠지게 치료하는 의사는 세상에 없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설명 부족과 믿음의 결여나 의료 시스템의 부조화로 의료 분쟁이 비율이 높을 수 있는 병원은 있다. 그러나 객관성이 결여된, 환자 측의 주장만으로 이뤄진 의료사고를 마녀사냥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의료 발전에 무슨 도움을 주겠는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병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한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될 것같이 보이진 않는다. 본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항생제 사용의 적정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체계화한 후에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또 의료라는 것이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위험을 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분쟁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병의원을 죄인 취급하면서 엄청난 비리라도 폭로하듯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의사를 불신하게 하고 오히려 방어진료를 유도하여 의료비만 상승시킬 것이 분명하다. 빈대가 밉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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