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인 동시에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이라는 사실, 모든 생명체들이 물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고 물을 대체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물이 지닌 수많은 가치 중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활용되지 못하는 가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분은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물과 관련한 주된 관심은 가뭄과 홍수에의 대비 등 이수(利水) 및 치수(治水)에 맞추어져 온 것이 사실이고, 이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너무도 당연하고 올바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랜 노력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비록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치?이수 부분에서 일정한 수준의 성과를 거둔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치?이수 노력의 지속과 더불어 새로운 물의 가치를 발견해 내고 또 활용해 나가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눈길을 세계로 돌려 보면, 소위 선진국일수록 물의 문화적, 환경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서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물이 지닌 환경적 또는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의 청계천이나 홍제천, 대구 신천, 부산 온천천 등 도심을 흐르는 하천을 복원하여 환경친화적인 수변공간을 만들고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일들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도심하천의 복원과 관련하여 이른바 환경용수에 대한 개념부터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고, 다른 용도로 이미 쓰이는 물과 관련한 갈등의 예방 등을 위해서라도 법적?제도적??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조경이나 하천주변의 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정한 생태네트워크의 구축이 소홀히 다루어져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물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서 이를 우리의 실생활 속에 활용되도록 사회적 공감대 속에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라고 본다.
갑천, 유등천 등을 가까운 곳에서 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대전시민은 150만에 이르지만, 어떤 이는 “예전에는 저기에서 멱도 감고 신나게 놀았는데...” 생각하고, 어떤 이는 “다시 아이둘이 멱 감고 놀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 궁리하고, 어떤 이는 “멱이라니! 아무리 애써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체념하는 등 각자가 처한 입장과 여건에 따라 조금씩 접근을 달리하기 마련이다.
욕구가 불만을 생산하고 불만이 다시 욕구를 부르는 악순환도 있지만, 철학과 성찰이라는 과정을 거친 욕구와 불만은 보다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곁을 흐르는 저 강물에 사랑과 희망과 생명을 싣느냐 아니면 악취와 오염과 절망을 싣느냐의 결정권은 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 드리며, 물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또 키워 가는 일과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주제인 ‘물과 문화(Water & Culture’에 대해서 한번쯤 사색하고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실 것을 감히 권해 본다.
물은 사랑과 생명과 희망을 싣고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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