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딸에게] ‘우리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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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딸에게] ‘우리는 한국인이다’

  • 승인 2006-03-18 00:00
  • 시인 이가희시인 이가희
원희야, 한국은 꽃샘추위 때문에 3월인데도 잠시 눈이 왔단다. 그런데 봄에 보는 눈 쌓인 설국이 어찌나 장관인지…. 너도 보았어야 하는데. 아직 보스턴은 춥다고 하던데 넌 감기 안 걸렸니? 난 잠깐 앓고 지나갔지만 이젠 괜찮아졌다.

원희야, 요 며칠 한국에는 여러 가지 기쁜 소식들이 많이 있단다. 한국이 월드베이스클래식(WBC) 본선에서 세계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을 이겼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지? 드디어 4강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이 사실에 세계도 놀라고 우리 한국은 더 놀랐다.

운동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이 엄마도 얼마나 가슴 졸이며 열광했는지 2002년 월드컵 때가 생각나더구나. 14일엔 지난 월드컵 4강 진출 때처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 되어 응원하고 기도했단다. 우리나라는 야구의 역사가 길지 않은데도 야구의 종주국이라 하는 미국을 상대해 7대 3으로 이겼으니 그 기쁨은 남달랐다.

아마 너도 미국에서 그 경기를 지켜보았을 텐데 미국 친구들은 반응이 어땠을까 엄마는 너무 궁금했단다. 아마 미국 친구들이 한국은 대단하다고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한다. 네가 한국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정말 스포츠를 통해 우리나라 이름을 세계에 높이는 것은 분명히 애국이다. 특히 외국에 나가있는 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처음 미국에 가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미국친구들이 ‘애니콜’은 아는데 코리아는 잘 모르더라는 네 말이 생각난다. 이젠 네 친구들도 다 알겠지? 어제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네 미국 친구들도 한국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 이었으니 네가 얼마나 기분 좋았을지 그려진다.

원희야, 너도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겨라. 하버드 대학에서 최선을 다해 학문에 전념하고 그 결과를 내 나라를 위해 쓴다면 애국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이 최고! 알지? 다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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