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 차밍댄스 현장을 찾아보니

장수마을 차밍댄스 현장을 찾아보니

  • 승인 2006-03-17 00: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왼발~ 오른발~ 신나는
스텝
춤추는 백발 인생은 즐거워

대전에서 휴양과 여가를 비롯해 각종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곳, 중구 안영동 장수마을. 봄 향기와 함께 이곳에 때 아닌 춤바람이 불고 있다.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지만 발디딜틈이 없다. 그것도 평균 연령 70세를 육박하는 머리가 새하얀 어르신들이 말이다.
100여명 수용 공간 차밍댄스 추는 노인들 빼곡
80세 할머니 손잡는 수줍움 ‘몸도 마음도 청춘’
지난해 전국서 16만여명 찾아 市 차원 지원 절실

“아버님, 색시가 맘에 들면 지압이라도 해주세요.”
며느리보다도 어린 강사의 우렁찬 목소리에 할아버지는 물론 할머니의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하하”, 너털웃음으로 애써 감추려 하지만 긴장한 듯 스텝이 엉키기 일쑤다.

엉킬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이 배우는 춤은 60∼70년대, 그래도 이들이 30∼40대 당시 전국에 불었던 이른바, ‘지루박’이다.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즐길 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시대 분위기가 ‘빨간 딱지’를 붙이면서 주춤했던 춤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루박’이란 이름 대신 ‘차밍 댄스(Charming Dance)’로 불린다. 장수마을 어르신들은 ‘지루박’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프로그램 이름은 차밍댄스다. 때문에 호기심에 들른 어르신들은 곧 익숙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젊은이 못지 않은 일사불




본격적으로 춤바람에 빠지는 시간이다. 70여명의 어르신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함께 온 부부들이 부럽기만하다.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그 옛날처럼, 할아버지들이야 그나마 호탕한 표정을 지으며 파트너에게 다가서지만 할머니들은 여전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잘 할 수 있겠습니까?”
대전지역에서는 꽤나 알아준다는 강사 박계자(48)씨, 그는 어르신들에게 며느리이자 시어머니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박 강사 앞에서 어르신들의 움직임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사불란하다.

그만큼 박 강사의 강의는 유명하다. 하루에 70∼80여명, 연간 3000여명의 어르신들이 그와 함께 춤을 춘다. 박 강사는 “몸을 적당히 움직이다보니 당뇨와 혈압 등이 좋아졌다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여전히 ‘춤’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건강에는 최고”라고 말했다. 장수마을에서는 차밍댄스를 비롯해 스포츠댄스, 포크댄스, 건강체조 등의 프로그램이 항상 만원을 이루는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부끄럽고 어색한 건 여전

“하나, 둘, 셋, 넷, 아버님들 샥시(?)들 손 꼭 잡아줘요.”
이곳은 초등학교 입학식장과 흡사한 게 있다. 할머니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파트너가 있지만 할아버지들이 많다보니 파트너 구하는 것도 할머니들에게는 경쟁이다. 간혹 홀로 춤을 추는 할아버지도 있지만 할머니를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쑥스럽다. 때문에 할머니들끼리 손을 잡고 ‘땡기는’ 어르신들도 많다.

“아싸 아싸!” 강사가 분위기를 북돋는다. ‘지루박’에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없진 않다. 서울에서 휴양차 들른 김모(85) 할머니는 “음악을 듣고 춤을 보니 지루박”이라며 반가워했지만 “남들 눈도 있고…”라고 말을 흐렸다. 댄스 현장에는 김 할머니처럼 여전히 ‘남녀칠세부동석’인 어르신들이 많다. “남편이 있다면 춤을 출 수 있지만 딴 사람과는 할 수 없다”는 박모(86) 할머니같은 어르신들 역시 만만치않다.

그래도 춤은 단연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평생을 교단에 몸 바쳤던 박승형(74·도마동)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4번 이곳을 찾아와 차밍댄스를 비롯해 스포츠댄스, 건강체조, 일어회화 등을 배우고 있다”며 “노인들에게 이곳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차원의 지원 절실

하지만 장수마을에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그나마 이곳을 찾아와 여생을 즐기는 어르신들은 다소 경제적 여유가 있다. 18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지만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까지 혜택이 가기에는 모자라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현실 앞에 어쩔 수가 없다.

연간 5만여명의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지난해만해도 대전을 비롯해 전국의 16여만명이 시설을 이용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중구청 직속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자의 60%를 육박하는 타 자치구는 물론 대전시에서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상옥 장수마을관리원 사무장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은 이미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전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마을은

최신 복지시설 경로휴양지 65세이상 누구나 이용가능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뿌리공원과 조화를 이룬 천혜의 자연환경속에 최신 휴양복지 시설을 갖추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노후 생활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경로 휴양복지 시설이다.

장수마을은 목욕탕을 비롯해 이·미용실, 식당, 체력단련실, 세탁실, 상담실, 물리치료실, 매점, 취미실, 피크닉장, 재활정원,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삼림욕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문화 교양 프로그램들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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