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은 춘풍(春風)을 타고
전국이 춤의 열풍에 빠졌다. 거리, 사무실, 문화센터, 댄스교실, 휘황찬란한 나이트클럽 등은 물론이고 주민자치센터, 노인휴양시설까지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춤의 마력에 열광하고 있다.
이제 춤은 나만의 행위가 아니다. 남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 수단이 됐다. 춤을 통해 시대적 문화흐름의 한 단면이 읽혀지기도 한다.
여러분들은 이 노래가 기억날 것이다.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지난 97년 전국에 춤바람을 일으킨 DJ DOC의 ‘DOC와 춤을’의 가사 한 부분이다. 정말로 이 노래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에 빠져들고 있다. 대전 중구 안영동 장수마을에는 마음은 청춘이라고 강조하는 남녀 노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차밍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춤을 배운다.
그들의 모습이 전혀 주책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춤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배우려는 목표와 열정이 배어있기 때문인 듯 싶다.
누구든 춤을 추고 싶을 때는 마음 껏 춤을 춰 보자. 두 손을 좌우로 흔들기만 해도 되는 ‘관광버스춤’이면 어떻고 내 맘대로 추는 ‘막춤’인들 어떠랴. 나만의 개성을 한 껏 발휘 해 춤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을….
#젊은이를 열광시킨 댄스
한국의 젊은이들을 흔들게 한 춤은 무엇이었는 지 궁금하다. 지난 60년대 가수 한명숙의 ‘노란샤쓰의 사나이’가 국내 최초의 댄스뮤직이 아닐 까. 바야흐로 춤의 발아기였던 셈이다. 80년대 디스코의 시대를 맞아 댄스는 진화했다. 가수 김완선과 나미, 박남정 등을 통해 ‘웨이브댄스’, ‘토끼춤’, ‘ㄱㄴ춤’이 선보였다.
90년대들어 흑인문화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합합과 브레이크 댄스가 춤꾼들을 도가니에 몰았다. 가수 현진영의 흑인문화와 접합한 토끼춤, 클론과 듀스의 파워풀한 힙합·브레이크 댄스, 서태지와 아이들의 ‘회오리춤’ , DJ DOC의 ‘관광버스 춤’, 이정현의 ‘테크노댄스’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들어 춤은 섹시미를 강조하는 클럽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근육질의 알몸으로 퍼포먼스를 곁들인 가수 ‘비’의 격렬한 섹시댄스에서 이효리의 힙합에 섹시미를 더한 ‘섹시웨이브’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옛날 테크노뮤직에 맞춰 디스코를 추듯 위, 옆을 찌르는 ‘복고댄스’와 남자와 여자가 몸을 비비며 신체적 접촉을 유도하는 ‘부비부비 댄스’까지 다양하다.
춤은 비단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춤동작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스포츠댄스와 대인관계를 위한 사교댄스는 연령계층을 따지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댄스와 사교댄스는 지자체가 운영중인 주민자치센터의 인기프로그램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나이트클럽에서 막춤이 아니면 벽만 쳐다보는 ‘몸치’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타난 나이트댄스도 요즘 인기다. 디스코, 힙합, 탱고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 동작들만 골라 재구성한 ‘모듬댄스’로 나이트클럽 등에서 실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흥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춤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에 나타난 것 같다. 문화센터는 물론, 동네 헬스클럽에도 등장했으니 가히 그 열기가 굉장하다.
요즘은 ‘꼭짓점 댄스’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영화배우 김수로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첫 선을 보인 뒤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꼭짓점 댄스’. 국민들은 지금 컴퓨터 앞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댄스학원에서, 심지어 군대와 초등학교에서도 꼭짓점 댄스를 춘다.
여러 명이 피라미드 대열로 서서 흔들기, 걷기, 찍기, 돌기 같은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일종의 군무다. ‘내가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되었다’는 김수로씨의 한 마디에 ‘꼭짓점 댄스’가 됐다고 한다. 인터넷 토론방에선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에 맞춘 꼭짓점 댄스를 2006년 월드컵 공식응원댄스로 지정하자는 서명마저 펼쳐지고 있다. 댄스의 힘이 국민을 한 데 묶고 있다.
#춤도 주의사항 알고 배워야
춤만큼 즐거움과 운동효과를 동시에 주는 행위도 드물다. 정신건강은 물론 근골격계와 심페기능 향상,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이다. 춤은 근육과 관절의 합작품인 셈이다. 따라서 격렬하고 빠른 동작은 인체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운동처럼 지구력, 유연성, 순발력을 갖춰야 건강을 유지하면서 춤을 출 수 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지나치게 큰 동작이나 율동은 운동손상을 부를 수도 있다. 일정한 동작의 반복은 특정 부위의 변형을 가져오기도 한다. 춤을 추는 사람중에 척추나 골반이 휘었거나 일자 목이 많은 경우도 그런 예다.
그래서 춤을 추기전에는 유의점을 숙지해야 한다. 먼저 충분한 스트레칭은 필수다. 사전준비 없이 무작정 동작을 시도하다가 허리와 발목 등 관절을 삐끗할 수 있다. 반드시 스트레칭과 워밍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시간의 춤 삼매경도 금물이다. 오랜 시간 춤을 추다보면 관절과 근육의 피로를 불러 운동 손상의 원인이 된다. 단숨에 춤을 익히려하지 말고 3∼6개월 준비기간을 갖고 서서히 난이도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또 통증이 오면 당장 중단할 것을 주문한다. 춤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므로 통증이 오면 바로 휴식하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 만물의 기운이 완연해 진 봄이다. 겨우내 찌뿌둥해진 몸을 챙겨보자. 운동효과도 높이면서 그동안 망설였던 춤을 이번 기회에 한 번 접해 보는 것은 어떨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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