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대전地法서 시작된 구술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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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대전地法서 시작된 구술변론

  • 승인 2006-03-16 00:00
  • 양홍규 대전.충남본부장양홍규 대전.충남본부장
양홍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대전.충남본부장


지난 3월 9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케이티엔지와 칼 아이칸 간 법정 공방이 언론의 화두가 되었다. 재판과정이 전부 녹음. 녹화되고, 철저한 구술변론 방식으로 변론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과거 수십 년 간 법원에서 전통적으로 취해 온 사건관리방식은 각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 중 관리 가능한 일정 수의 사건을 접수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이후 일정한 주기로 속행을 하면서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러한 방식은 한정된 시간에 많은 사건을 심리할 수 있고 소송운영이 정형화되어 있으며 소송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등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관리방식은 과중한 사건부담으로 인하여 재판부의 사건장악력이 약화되어 무의미한 기일진행이나 기일공전이 빈발하였고, 법정이 단순히 준비서면의 교환을 위한 장소 내지 다음 기일을 고지받는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진행의 장소로 변모되어 등 변론기일이 형해화되고, 증인신청서의 미제출, 증인신청 절차의 지연, 증인 불출석 등으로 기일이 공전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고, 주신문은 유도신문과 형식적 답변이 지배하는 반면 반대신문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충분한 탄핵기회가 차단되는 등 증인신문기일의 부적절한 운영으로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변론기일에 재판부가 한 사건에 허용하는 변론시간이 극히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사자 본인이 법관 면전에서 자기의 주장과 입장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봉쇄되어 있어 소송의 궁극적 주체인 당사자가 재판과정에서 너무 소외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거기에서 생기는 불만이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팽배해 있어 그 결과 패소한 당사자가 쉽사리 승복하지 못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법작용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2001년 3월 1일부터 전국 법원에서는 민사사건 심리방식을 전면적으로 재편하여, 서면에 의한 쟁점정리절차를 선행하고, 준비절차기일에 모든 쟁점을 정리하고, 변론기일에 집중증거조사를 완료하고, 소송절차의 궁극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소송당사자에게 절차진행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법관 면전에서 직접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위와 같이 구술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재판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들에게 구술변론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채 서면교환을 통한 재판을 해왔고, 그로 인해 당사자들은 법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변론능력이 없는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중언부언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려하면 법원은 단호히 이를 중단시키게 되고, 그런 경우 당사자는 ‘무슨 말을 못하게 한다’라면서 법원을 원망하며 돌아선다.

새로이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설득은 법정에서’, ‘판결은 간결하게’, ‘원칙이 살아있는 공판’을 슬로건으로 하고 구술심리를 철저히 관철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법원이 될 것을 전국 법원에 주문하였다. 또한 ‘결과가 보편타당하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 될 수 없고,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한 그것은 죽은 판결이다’, ‘적정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선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민사소송의 이상인 직접주의, 구술주의를 실현을 통해 법원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자는 것이다.

이제는 법정이 살아 움직이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술주의 원칙의 공정한 운용을 통해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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