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정치인 심대평 귀하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시평] 정치인 심대평 귀하

  • 승인 2006-03-15 00:00
  • 김학용 편집부국장김학용 편집부국장
▲김학용 편집부국장
▲김학용 편집부국장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그의 오랜 ‘직업’을 바꾸고 있다. 그에겐 도지사(道知事)가 직업이었다. 민선(民選) 관선(官選)을 합쳐 13년7개월 도백(道伯)을 지냈으니 도지사가 직업이란 농(弄)이 과하지 않다.

그런 자리를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심지사에겐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회견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니 그가 이룬 업적도 많고 눈에 띄는 공(功)도 많다. 최근에는 난제로만 보였던 도청 이전을 무리 없이 마무리함으로써, 그에게 붙어다녔던 ‘행정의 달인’이란 평이 과장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과제, 과오가 그에게도 왜 없겠는가? ‘14년 도지사’ 세월을 뒤로하고 떠나는 심경은 본인이 아니어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떠나는 아쉬움보다 그가 새로 걷기로 한 ‘다른 길’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앞설지도 모른다. 올 초 신당(新黨)을 창당한 그에게는 올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도지사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미리 떠나는 것도 그 때문이고, 그래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가 걸어온 길보다는 걸어갈 길에 모아져 있다.

심지사는 95년 JP 휘하로 들어가 도지사 선거를 치렀고, 그 때부터 ‘정치물’을 먹기 시작한 셈이지만 도지사라는, 법적 권력(권한)이 보장되는 자리를 떠난 적은 없다. 그가 수행한 권한·권력도 일단은 모두 거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도지사 자리를 내놓은 순수 정치인 심대평에겐 보장된 권력 권한 권위는 이제 없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력으로 그것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정치인에게 권력과 권위가 사라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권력이 어느 정도인가는 선거 때 받는 표(票)로써 결정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자연인으로 그가 가진 정치적 권위가 어떠한가 하는-즉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재는- 최초의 심판이다.

그는 그제 회견에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굳은 결심으로 정당을 창당했으며 이제 충청과 이 나라의 정치현실을 바꾸는 전도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정치인의 길을 가는 명분인 셈이다. 혹자들에겐 “할 만큼 한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드느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정치인의 길에 나서면서 내건 목표는 이런 비판을 유예시킬 정도의 의미가 있다. 그가 내건 정치의 목표의 중요한 한 가지는 ‘지방분권화’다. 그것이 정략적 수단이나 일시적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어떤 비판이나 비아냥을 각오하고라도 정치판에 뛰어들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방의 문제’와 ‘지방분권’이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는 데도, 어떤 정당 어떤 정파도 진정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 문제는 중앙의 기득 권력층이 아니라 심지사 같은 지방의 작은 권력들이 합쳐 이뤄낼 수 있는 과제일 것이다.
심지사는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하였고, 그 일차적 결과는 5·31 지방선거에서 나올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성패는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면 실패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한 전직 장관의 말은 옳고, 지금 정치인으로 본격 나서는 심대평지사에게도 어울릴 말이다.

심지사 정도라면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 하면 장관 자리하나, 아니 총리 자리라고 못 얻을 바 없다. 그러면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녹봉이 두툼하고 백관(百官)이 우러르며 더 명예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비록 골프 파문으로 쫓겨나게 될 신세에 처해 있지만, 분명 실세(實勢)였던 총리조차 이룬 게 무엇인가. 별게 없다.

항상 명분이 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지사에겐 정치를 뒤늦게 시작하는 ‘공표된 명분’을 끝까지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의 말대로 ‘정치실험’을 하는 이유를 마지막까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인 심대평’에게 바라는 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