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골프 애호가들이 400~500만이라는 통계도 있으니 가히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골프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은 소득 수준의 향상과 건강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접대 문화가 룸살롱에서 골프장으로 바뀐 것도 원인일 것이다.
골프에 대한 사회적 위화감과 저항감 등 골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박세리 선수 등 한국선수들의 세계 메이저 대회의 잇따른 승전보가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IMF 외환 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세계 메이저 대회의 승전보는 골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골프가 어느 순간 거부감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골프는 분명 체력을 다지는 운동인 것은 확실하나 이에 더하여 사교에도 매우 효율적이다. 골프는 몇 시간 동안 함께 걸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접근성’과 드넓은 잔디 위에서 나누는 대화는 누구도 엿듣지 못하는 ‘기밀성’ 때문에 서로간의 이해와 타협이 이루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다고 한다. 유력 인사들과 10분 간 면담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최소한 4~5 시간 계속되는 대화는 골프의 사교적 효용성을 높여줄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비즈니스 등에서 로비가 필요한 경우 골프접대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골프가 요즈음 총리의 거취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가 골프 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다. 매스컴에서 거론되는 총리의 골프는 대체로 3 가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시점이다. 순국선열을 추모해야 하는 3·1절에다 철도 파업의 첫날에 골프를 쳤다는 시점에서 부적절 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권의 실세인 총리에게 로비를 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사람들과 함께 쳤고, 아울러 골프 비용을 총리가 지불하지 않고 내기 골프를 하여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였다는 것이다.
공직자도 생활인이기에 취미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체력 관리도 필요할 것이다. 어느 면에서는 일반인보다 건강관리에 충실하여 국민에게 더 많은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는 일반인과는 달리 몸가짐이 신중해야 하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권한이 있는 공직자에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순수한 목적이 아닌 바에는 더욱 비밀스럽게 오랫동안 만나 목적 달성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골프만큼 적합한 접대 방법도 없을 것이다.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공직자라면 접근하기가 더욱 용이하다.
필자도 취미삼아 가끔 골프를 한다. 공직자들과 하는 경우도 있고, 골프를 한번 하자면 거부감 없이 응해오는 공직자도 많다. 그러나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어느 고위 공직자 한 분은 골프를 할 줄 알면서도 골프를 멀리하고 다른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 분은 매일 아침 조깅으로 체력을 관리한다고 한다. 골프를 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지게 되고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제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의 공직 가치관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골프를 즐기되 치는 시점과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 그리고 골프방법이 세인들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든지 아니면 어느 분처럼 공직에 봉직하는 기간 중에는 골프를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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