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아이 반에 있는 한 여자애는 달랐다. 그 아이는 예산에 있는 외가에 가서 수박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을 했다. 시내버스를 몇 번 갈아타면서 며칠 내내 일을 다녔다. 뙤약볕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지러워 속이 메슥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저녁이면 온 몸에 감자즙을 발라야 했지만, 그 애는 힘들단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다녀 삼 만원을 벌었다. 부모는 제가 필요한 걸 사기 위해서 힘든 일을 마다 않고 하는 줄 알고 내심 대견하게 여겼다.
어느 날 그 애는 삼 만원을 들고 나가더니 빈 손으로 돌아왔다. 돈을 어디다 썼냐고 부모가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화가 난 엄마가 매를 들고 묻자 아이는 어렵게 입을 뗐다.
“○○이 줬어. 걔가 눈이 나쁜데 안경을 살 돈이 없대. 그래서 내가 안경 살 때 보태라고 줬어.”
엄마는 놀라 그저 입만 벌렸다. 기특하다는 생각보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어떻게 해서 모은 돈인데, 그 돈을 그렇게 톡 털어 주다니….’
자신의 딸이 한심스럽고 바보 같다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며 나는 불화로를 뒤집어 쓴 듯 화끈거렸다.
제 살점을 떼어 낸 무지개 물고기. 조건 없이 망설임 없이 제 것을 나눠준 아이는 거산초등학교 육학년에 다니는 최수연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학교 교사다. 그렇지만 수연이는 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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