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백성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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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백성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산다”

  • 승인 2006-03-14 00:00
  • 이용웅 목요언론인클럽 회원이용웅 목요언론인클럽 회원
산허리 곳곳을 수놓았던 잔설(殘雪)이 간밤에 내린 비로 자취를 감추었다. 겨우내 얼어 붙었던 등산길은 얼음이 녹으면서 부풀어 오르고 파고드는 바람은 아직 찬데 봄기운은 역력하다.

3월은 땅속의 벌레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과 낮과 밤의 길이가 꼭 같다는 춘분(春分)이 든 절기(節氣)이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이란 말이 있다. 원(元)은 ‘으뜸’을, 형(亨)은 ‘형통함’을, 이(利)는 ‘이로움’을, 정(貞)은 ‘곧음’을 뜻한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이 말은 하늘의 도(道), 즉 천도(天道)의 네 가지 원리를 가리킨다. 하늘의 도는 곧 하늘의 이치요, 질서다. 변화하는 하늘의 질서가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다. 이 가운데 원(元)은 봄으로 만물의 시초(始初)를 뜻한다. 또한 형(亨)은 여름이니 만물이 자라고, 이(利)는 가을이니 만물이 이루어지고, 정(貞)은 겨울이니 만물의 거둠을 의미한다.

이 하늘의 도(天道)로부터 깨우쳐진 사람의 도(人道)가 바로 인간의 도리요 인륜인 인(仁),의(義), 예(禮), 지(智)의 덕목이다. 이를 천도(天道)와 결합시키면 인(仁)은 봄인 원(元)이 되고,예(禮)는 여름인 형(亨), 의(義)는 가을인 이(利), 지(智)는 겨울인 정(貞)이 된다.

봄은 짐짓 만물이 소생하고 깨어나는 계절이다. 대지에는 움이 터 오르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물이 오른다. 얼음 속 시냇물도 따뜻한 볕에 속살이 드러나면서 수중 식생이 용약하고 꿩과 딱정벌레 등 산야(山野)의 주인들 역시 ‘살아 있음’을 구가(謳歌)한다.

이렇듯 봄은 ‘살아 있음’과 ‘깨어남’, ’깨어 있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자(使者)이다.
천도(天道), 즉 계절의 변화인 봄의 메시지가 ‘깨어남’, ’깨어 있음’ 이라면 인간 삶에 적용되는 인도(人道)의 덕목(德目) 또한 ‘깨어남’과 ‘깨어 있음’이다.

인간에 있어서 정신적 ‘깨어남’과 ‘깨어 있음’은 ‘깨달음’과 ‘깨우침’을 전제로 한다. 깨달음과 깨우침 없이는 깨어남도 깨어 있음도 없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6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으니 강산이 여섯 번 변한 셈이다. 이 기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의 정치 지도자를 맞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이고 공과(功過)는 함께 존재한다.

박정희 정권은 강력한 중앙 집권적 통제를 기반으로 경제발전 등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반면 장기 집권과 정치적 독재, 노동자 탄압 등의 폐해를 낳았다.

민주화의 투사였던 김영삼, 김대중 정부 역시 재벌개혁, 남북관계 개선 등의 공(功) 못지 않게 IMF초래와 북한에 끌려 다니는 외교정책 등이 과오로 지적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또한 권위주의 탈피와 과거사 청산, 남북 화해 무드 조성 등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빈부의 양극화와 퍼주기식 북한외교 등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히고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들 정권 모두 우리 국민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십 수년 독재정권 아래서 고통을 당했다 해서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랴.

‘백성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산다’ 함은 바로 이런 점에서 그 중요성이 있다.
입법.사법.행정부와 정부의 각급 기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이들이 과연 백성을 두려워하여 섬기고 있는가? 아직은 희망 사항이라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예로부터 권력을 맛보는 자 그 군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했다.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해이다. 백성들이 그 어는 때보다 깨어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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