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구 잎과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봄. 모진 추위 속에서도 은밀히 꽃눈과 잎눈을 키워내더니 마술처럼 여기저기서 피어나 봄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도 막을 수 없고 강력한 힘으로 얼어붙은 땅을 깨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봄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혁명이라 일컫는가 보다.
세상을 바꾸는 자연의 힘, 봄의 혁명을 떠올리면서 요즈음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혁신’의 성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때론 개혁의 이름으로, 때론 쇄신의 이름으로, 때론 국민운동 차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늘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대 변화를 주도해 왔었다.
“나라를 바꾸겠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거대 담론 속에 그동안 추진해 왔던 개혁과 혁신의 뒷모습들은 어떠했을까? 대부분 기대보다는 실망, 성공보다는 실패한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새마을 운동’처럼 일부 성공 모델이 된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왜일까?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바꾸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나 홀로 개혁은 혹시 아니었을까? 너무 서둘렀던 것은 아닐까?
수많은 의문 부호를 남기고 있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혁신’의 뒷모습들이다. 이제 우리도 성공한 혁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이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만 우리 대전의 지역혁신이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거대한 담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봄이 새로운 한해를 여는 시작의 문인 것처럼 문을 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문을 미래를 향해, 세계를 향해, 그리고 주민을 향해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겨울이 그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지시·명령 중심의 거번먼트(Government)시대, ‘닫힌 문’의 시대라면, 봄은 우리 행정이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거버넌스(Governance)시대, ‘열린 문’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대덕R&D특구의 과학기술이 대전의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고, Expo’93, 2002월드컵을 통해 얻은 대전 브랜드가 세계를 향한 우리의 문을 활짝 열어줄 자산이 될 것이다.
‘열린 문’의 시대는 주민참여의 시대이다. 행정과 주민은 대립과 협력이라는 2개의 실로 꼬여진 새끼줄 같은 것. ‘닫힌 문 시대’의 주민참여가 무대 아래서 박수치고 환호하는 소극적 참여의 ‘리사이틀’방식 이라면, ‘열린 문 시대’는 무대 위에서 직접 노래 부르며 흥을 돋구는 적극적 참여의 ‘노래방’방식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주민들이 행정 무대의 진정한 주역이 되어야 한다. 자발적 참여가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해 내는 모습을 우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경험한 바 있다.
만약, “붉은 악마” 응원단이 강압적으로 청중을 동원하려 했다면, 그렇게 폭발적인 국민에너지를 한군데로 모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신명나는 한바탕 잔치를 벌일 수 있었을까? 월드컵 4강의 꿈을 일구어낸 자발적 참여, 지역혁신 성공의 반면 교사이다. 참여 없이 혁신의 성공은 없다. 이제 우리 주민들도 “다 해주겠지”라기보다는 “내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을 위임해 놓고 “알아서 잘하겠지” 해서는 안 된다.
위임한 일들을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월드컵 때와 같은 한바탕 신명풀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해, 세계를 향해, 주민을 향해 활짝 열린 문이 지역혁신 성공의 시발점이 되어 ‘한국의 新 중심도시 대전’을 꽃피우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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