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파리엔 오색차란한 간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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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파리엔 오색차란한 간판이 없다

  • 승인 2006-03-13 00:00
  • 차상권  배재대 겸임교수. 조각가차상권 배재대 겸임교수. 조각가
모처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내번화가 모처로 향했다. 오색찬란한 간판들이 빽빽이 걸려있어 그야말로 간판천국이었다. 건물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질서하게 널려있는 광고물 사이사이엔 거미줄과 같이 엉켜있는 전기 줄, 이러한 풍경 덕에 한참만에야 약속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도심거리는 우리나라 어느 도시엘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옆집 간판에 가려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아 크기를 더 크게 하고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색상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광고주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사람과 차가 엉켜있는 차도와 광고경쟁으로 점령된 인도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다.

또한 쾌적한 도심거리를 꾸미기위해 일정규모를 갖춘 건물주위에 미술장식품을 세워 시민들의 격조 있는 문화생활을 위한 조각품이 울긋불긋한 대형 간판들에 가리어져 있어 도시 미관사업정책이 무색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을 살펴보면 교차로와 인접한 도로의 경우 한 업소에 4개까지 간판을 걸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보통 업소는 3개까지 달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숫자라면 3층 건물에 10개의 업소가 입주했을 경우 30~40개까지 간판을 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옥외 광고물정책과 도시미관사업 정책간에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도시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총천연색의 간판을 찾아 볼 수 없다. 프랑스의 광고물 관리정책은 주변건물 및 거리경관의 조화를 위해 세분화하여 간판의 수와 크기 및 색채에 대해 차등을 두어 관리함은 예술의 도시로 명성이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늦게나마 2005년 8월 문화관광부에서는 ‘공간문화과’를 신설하고 종래의 간판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적 간판-부가가치증대-간판문화운동의 구도로 전환하기 위한 시범사업과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이제 간판문화운동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중국에서 유래된 간판(看板)의 본래기능은 시각을 호소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개성을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현대에는 간판의 본래적 기능이외에도 현대의 밀집된 도시공간 환경에서는 본래의 기능이외에도 새로운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간판은 간판의 크기와 형태 및 색채 등이 건물의 형태와 색상에 조화될 수 있도록 업종에 따라 그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심리적 안정감과 시각의 쾌락성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시거리 전체를 생각하는 환경적 차원에서 계획되어야하고, 광고물 제작자와 업주간의 적극적인 환경의식을 가지고 물리적 만족보다는 심리적이고 인간적인 욕구충족의 차원에서 제작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생활공간으로서의 시민의식 또한 쾌적한 도심거리 조성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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