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롄제(李漣杰). ‘무인 곽원갑’은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영화다.
곽원갑. 낯선 이름은 아니다. ‘정무문’에서 진진(이소룡)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든 건 스승의 죽음이었다. 무술대결 도중 불의의 죽음을 당한 스승이 곽원갑이다. 무도 정무문(精武門)의 창시자이고, 20세기 초 외세가 밀려오는 격동의 시기에 무술정신으로 중국을 지키려 애썼던 실존인물.
리롄제와 곽원갑은 닮은 데가 많다. 8세 때 무술에 입문한 것도 그렇고 곽원갑이 세상을 뜰 때의 나이와 지금 리롄제의 나이가 42세로 같은 것도 그렇다. 리롄제는 “처음에는 승리에만 집착하다가 무술이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깨닫는 그의 여정을 나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아 영화화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무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원갑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몰래 무술을 익혀 고수가 된다. 최고를 향한 욕심은 결국 가족을 잃는 크나큰 시련을 부른다. 오랜 은둔생활에서 원갑은 늘 마지막 일격을 아꼈던 아버지의 신념을 이해하게 된다. 고향에 돌아와 중국무술의 참 정신을 보여주며 외세에 눌려 사는 중국인들에게 작은 희망이 된다. 그에게 무술대결 제의가 들어오는데.
‘황비홍’류의 모범적 남성상에서 벗어나 적당히 야비하고 승리에만 도취된 리롄제의 모습은 신선하다. 다양한 그의 표정은 ‘리롄제 최고의 연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무술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그래픽이 덧씌워지지 않은 리롄제 무술의 진수가 펼쳐진다.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무술은 우아하고 현란하고 호쾌하다. 줄곧 들고 찍기로 촬영한 액션 장면은 박력이 넘친다.
그러나 폭력을 넘어 도의 경지를 설파하는 후반부는 다소 관습적이다. 메시지가 주는 무게감은 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다. 악당을 속시원하게 물리치고 그 속에 로맨스를 담았던 리롄제표 무협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무인 곽원갑’에는 ‘리롄제의 마지막 액션영화’라는 카피가 붙어있다. 리롄제도 “무술영화는 그만 찍고 싶다”고 말해왔다. 정말 그의 무술연기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걸까.
기자회견에서 그는 “영화에서 무술이 기술적으로만 표현돼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무술의 종교적 경지를 담는다면 무술연기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너무 견강부회한 생각일까.
‘무인 곽원갑’이 향하는 목적지도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다)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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