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교도소 출소 직후 마중 나온 목사가 두부를 건네며 조언을 하자 내뱉은 말이 “너나 잘 하세요”다. 그런데 요즈음 영화가 아닌 정치권에서 “너나 잘 하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동반자들과의 3?절 골프파문, 내 잘못이라고 하기보다는 상대방 허물과 잘못을 가지고 여야 정치인들이 너나 잘하라고 핏대를 올린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모적 정치 논쟁은 국민이나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꼭 그 상황인 거 같다. 엄격한 도덕성이 생명인 공직자로서 이미 그 생명을 잃었음에도 계속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똥 묻은 개나, 겨 묻은 개나 오십 보 백보다. 나는 겨고 너는 똥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 없다. 어차피 묻은 건 다 똑 같으니까? 우리국민들의 바램은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진실함이 보고 싶은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시청자가 무려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다음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그녀가 많은 미국인들과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은 포브스지 선정 갑부 대열에 오른 첫 흑인여성이며 2005년 10월 31일 포춘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가 50인 중에서 4위에 오른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진솔한 인간성 때문이다.
‘백만 개의 작은 조각들’이란 책은 지난해 9월 22일 ‘오프라의 북클럽’ 을 통해 추천된 뒤 35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뛰어올랐다. 윈프리는 당시 고전작품들을 다루던 ‘오프라의 북클럽’ 이 다시 현대작품에 초점을 돌리면서 처음으로 선택했던 이 책에 대해 “책이 나를 이틀 동안 잠들지 못하게 했다.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만큼 좋은 작품”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겪었던 마약과 알코올 중독, 그로 인한 일시적 기억 상실, 가족과 친구들의 배신 등 미네소타 주 헤이즐덴 재활센터에서의 힘겨운 재활 과정을 논픽션으로 담았다고 밝혔으나 최근 탐사 전문 온라인 사이트인 스모킹 건 이 그의 책 중요 부분들은 입증할 근거가 전혀 없는 등 거짓말로 가득하다고 주장하면서 허위 논란이 불거졌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토크쇼를 통해 소개했던 책 저자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날 윈프리 쇼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윈프리처럼 유명한 인물이 자신의 실수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으로 마땅히 칭찬 받아야 할 것” 이라며 윈프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고 그의 실수를 용서했다.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고위 공직자는 결코 가볍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비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을 욕하고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너나 잘하라”고 소리치기 전에 나부터 잘하고, 네 탓이라고 하기 전에 내 탓이라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하루빨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과 결단을 취하는 것이 이번 사건 수습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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