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 모두를 가진자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춘추] 모두를 가진자들

  • 승인 2006-03-10 00:00
  • 고광률 소설가. 대전대 신문상임국장고광률 소설가. 대전대 신문상임국장
권력이 돈을 부르고 돈이 권력을 부른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벌고, 돈을 가진 사람은 권력을 산다. 지금 권력이 없고 돈이 없으면 영원히 없다 는 말과 같다. 이 두 가지가 있는 사람들을 기득권자라고 한다. 이들은 그 기득권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높게 군림하고 많이 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난리법석에 으름장까지 질러놓고, 그리하여 부동산 투기를 하면 반국가적, 반인륜적인 사회악인 양 매도하여 국민 모두를 싸잡아 기죽여 놓고는, 정작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렸다. 결국 자기들 재산 늘리려고 국민을 상대로 공갈협박을 했다는 얘긴가. 아니면 투기는 권력만 할 수 있다는 반증인가.

세금 떼먹고, 시유지 무단 점유하여 부당하게 돈 번 정치인의 항변을 듣고 몹시 놀란 적이 있다. 항변 요지는 사유재산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니, 성추행으로 단죄의 대상에 오른 동료의원을 감싸며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편향적인 ‘가치관 독점’ 때문이라느니, 성추행은 술 때문에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성추행이 문제라기보다 술이 문제라느니 하며, 음침한 뒷골목을 배회하는 은어(隱語) 같은 말들만 뇌까린다.

권력과 돈이 만든 특정계층의 ‘가치관의 독점’ 현상이다. 권력과 돈이 있으면 명예가 따라오고, 권력 돈 명예가 있는데 성 문제쯤은 덤으로 주어질 수도 있다고 여기는 가치관 같은 것이다.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의 가치관 독점이 낳는 현상은 다양하다. 우선 주제 파악이 안 돼 이 말을 해야 할 자리에 가서 저 말을 하고, 이것을 따져야 할 자리에선 엉뚱한 저것을 따져 묻는다. 바른 판단을 하도록 따져 물어야 할 자리에서 난데없는 호통이나 치고 비아냥대는 통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정책을 논해야 할 자리에 가서 인신공격을 일삼는 바람에 나라살림을 망친다. 이런 식으로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은 늘 자신들끼리 싸운다.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차라리 자신들을 위해 싸운다는 솔직함이라도 있다면, 국민이 복장 터지는 궤변과 동문서답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걸 마치 국민을 위해 싸우는 양 하니, 얼치기 코미디가 따로 없다.

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해 베풀었다면, 국민 형편이 나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반대다. 국민은 어렵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벌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권력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때문인가. 근본이 의심스럽다. 그래서 총리는 철도가 파업을 하고, 나라가 피로써 독립을 외친 날에도 골프를 친다. 총리의 철도가 아니요, 총리의 독립이 아닌 때문이다.

권력을 잃으면 돈이 바쳐주고, 또 그 돈의 힘으로 다시 권력을 얻는다. 단지 마음고생을 하고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권력과 돈만 있다면, 명예는 거저 얻는다. 명예는 권력과 돈 사이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저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아 해방 이후 지금까지 되풀이하여 써먹고, 국민은 이를 해방이후 지금까지 막지 못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