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난리법석에 으름장까지 질러놓고, 그리하여 부동산 투기를 하면 반국가적, 반인륜적인 사회악인 양 매도하여 국민 모두를 싸잡아 기죽여 놓고는, 정작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렸다. 결국 자기들 재산 늘리려고 국민을 상대로 공갈협박을 했다는 얘긴가. 아니면 투기는 권력만 할 수 있다는 반증인가.
세금 떼먹고, 시유지 무단 점유하여 부당하게 돈 번 정치인의 항변을 듣고 몹시 놀란 적이 있다. 항변 요지는 사유재산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니, 성추행으로 단죄의 대상에 오른 동료의원을 감싸며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편향적인 ‘가치관 독점’ 때문이라느니, 성추행은 술 때문에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성추행이 문제라기보다 술이 문제라느니 하며, 음침한 뒷골목을 배회하는 은어(隱語) 같은 말들만 뇌까린다.
권력과 돈이 만든 특정계층의 ‘가치관의 독점’ 현상이다. 권력과 돈이 있으면 명예가 따라오고, 권력 돈 명예가 있는데 성 문제쯤은 덤으로 주어질 수도 있다고 여기는 가치관 같은 것이다.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의 가치관 독점이 낳는 현상은 다양하다. 우선 주제 파악이 안 돼 이 말을 해야 할 자리에 가서 저 말을 하고, 이것을 따져야 할 자리에선 엉뚱한 저것을 따져 묻는다. 바른 판단을 하도록 따져 물어야 할 자리에서 난데없는 호통이나 치고 비아냥대는 통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정책을 논해야 할 자리에 가서 인신공격을 일삼는 바람에 나라살림을 망친다. 이런 식으로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은 늘 자신들끼리 싸운다.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차라리 자신들을 위해 싸운다는 솔직함이라도 있다면, 국민이 복장 터지는 궤변과 동문서답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걸 마치 국민을 위해 싸우는 양 하니, 얼치기 코미디가 따로 없다.
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해 베풀었다면, 국민 형편이 나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반대다. 국민은 어렵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벌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권력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때문인가. 근본이 의심스럽다. 그래서 총리는 철도가 파업을 하고, 나라가 피로써 독립을 외친 날에도 골프를 친다. 총리의 철도가 아니요, 총리의 독립이 아닌 때문이다.
권력을 잃으면 돈이 바쳐주고, 또 그 돈의 힘으로 다시 권력을 얻는다. 단지 마음고생을 하고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권력과 돈만 있다면, 명예는 거저 얻는다. 명예는 권력과 돈 사이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저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아 해방 이후 지금까지 되풀이하여 써먹고, 국민은 이를 해방이후 지금까지 막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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