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구 복수동에 위치한 서부경찰서를 방문한 한 유치원생이 물었다.
아무 생각없이 던진 질문이지만 순간적으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단순 절도부터 살인까지 여러 가지 죄를 범한 범죄자들이 경찰서 신세를 져야 하지만 이들 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과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는 선량한 지역주민들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만일 이 아이에게 “그래, 범죄자들만 오는 곳이야”라 답하면 미래의 주역이 될 이 아이들에게 친근한 경찰상을 심어주기는 커녕 경찰과 주민과의 교감을 끊어버릴 수 있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리라.
불현듯 이런 생각에 “오늘 경찰서에 네가 찾아왔듯이 모든 사람들이 다 올 수 있는 곳이란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수많은 범죄자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최근 들어 경찰서에는 이웃주민들의 발길이 어느 때보다 잦아지고 있다. 저녁시간을 넘길 무렵 운동복 차림의 부부가 찾아와 자판기 커피 한 잔씩을 빼내 들고 담소를 나누고 주말이면 동네 꼬마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정문 옆에 있는 민원실의 경우 여러 가지 법률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인근 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 분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유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어렵게만 생각했던 동네 주민들은 이제는 동네 사랑방은 아니더라도 친근한 관공서로 경찰서를 인식하고 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 새록새록 새순이 돋아나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봄이다. 경찰서도 이제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관공서에서 편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민생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리 경찰도 지역주민들의 여유까지 배려할 수 있는 ‘웰빙(Wellbing)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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