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서 106승을 거둔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 한국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구대성까지 해외파만 5명이 가세한 한국 마운드는 질과 양에 있어 일본과 대만, 중국을 차례로 압도하며 한국이 A조 1위로 8강에 오르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의 선수를 모아놓아도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면 8강 본선행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던 일.
국내 최고 투수 전문가라는 김인식 감독(한화 감독)과 ‘지키는 야구’의 선두주자 선동열 코치(삼성 감독)는 신기에 가까운 찰떡 궁합을 이루며 투수 교체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 3전 전승을 일궈냈다.
한국이 예선 3경기에서 내준 점수는 27이닝 동안 단 3점.
팀 방어율이 1.00으로 단연 으뜸이다. 중국과 대만에 각각 8회(18-2), 7회(14-3)콜드 게임승을 거뒀던 일본은 한국에 2-3으로 졌고 팀 방어율이 3.00에 머물러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본선에서 보여줄 투수진 운용을 분석하기 전 먼저 예선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8강의 분수령이 된 대만전에 서재응(LA 다저스) 등 해외파 4명을 투입했다. 쉬운 상대였던 중국전은 토종 선수들이 선방했고 일본전에는 좌완투수를 축으로 국내파와 해외파를 적절히 혼용했다.
선발 투수 박찬호의 마무리 변신은 예상을 깬 히든카드였다.
결국 꼭 이겨야 했던 대만전에는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했고 8강행이 확정되면서 부담이 줄어든 일본전에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B조 1위가 확실시 되는 미국, 캐나다(또는 멕시코), 일본과 맞붙는 본선에서도 이와 같은 원칙은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예선과 달리 어느 한 팀 쉽게 볼 수 없으나 4강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할 팀은 일본과 캐나다 또는 멕시코다.
한국은 미국과 13일 본선 첫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큰데 우승후보를 상대로 첫판을 치른다는 게 일단 부담스럽다.
‘피해가기’로 간다면 언더핸드에 익숙치 않은 미국팀을 상대로 정대현(SK)을 선발로 내세우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제한 투구수도 80개로 늘어나 투수진 운용에 여유도 생기기 때문에 정대현을 최대한 끌고 가면서 국내파 위주로 계투진을 꾸릴 전망.
14일 두 번째 상대인 캐나다(또는 멕시코)를 상대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뼈가 굵은 해외파 투수들이 선봉에 설 예정.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서재응 등 빅리그 선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나서 필승 의지를 불태울 것으로 점쳐진다.
이중 30명 최종 엔트리에서 제이슨 베이를 제외하고 거의 전부가 좌타자로 구성된 캐나다가 본선에 올라올 경우 한국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일본과 리턴 매치에서는 ‘배짱투’를 자랑한 구대성이 전격적으로 선발에 나설 수 있다. ‘일본전에는 좌완투수가 통한다’는 속설이 맞아 떨어진 만큼 구대성, 봉중근(신시내티)과 예선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전병두(기아)가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궁금증은 베테랑 박찬호가 예선전처럼 계속 마무리로 기용되느냐는 것.
비록 투구수 제한이 있는 특수 대회이나 승기를 잡았을 때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는 마무리는 꼭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한 이상, 한국투수 가운데 최고구속을 보인 박찬호가 마무리로 나서 세이브 행진을 벌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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