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 노조 역할 재정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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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형 노조 역할 재정립할 때

  • 승인 2006-03-07 00:00
  • 안상윤 건양대교수(경영학)안상윤 건양대교수(경영학)
철도공사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또 다시 노사관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만 잔뜩 피해를 입었다. 자본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저항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역사적 정당성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발달에 따라 사용자의 권한이 많은 제한을 받게 된 것처럼 권력화 된 대형노조의 책임 역시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영국의 사회주의 경제학자 웨브(Webb) 부부는 산업화 초기에 노동자들의 처참한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했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임금노동자들의 항구적 단체’라고 규정하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합의 목표로 상호보험, 단체교섭 및 입법활동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각 나라에서 재해석되고 법제화되어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 같은 노동조합의 태동을 되짚어보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이 탄압 받던 과거와 현재의 사회?경제??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동이 자본에 대하여 완전하게 종속되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자본이 따라가기도 하는 세상이다. 노동자들의 지위 역시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대기업이나 일부 독점적 위치에 있는 공기업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핍박받는 계층이 아니라 오히려 사용자에 대한 조직적 대항력과 적당히 즐길 시간과 경제력까지 갖춘 새로운 유한계급으로 부상했다.

그들은 월 100만 원 안팎의 임금에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혀 노조활동을 못하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들과는 전혀 다른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때문에 힘을 앞세워 걸핏하면 파업을 일삼는 그들의 행태는 동정보다는 오히려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대형노조는 계속되는 친 노조 정책에 힘입어 이제 권력의 제5부라고 불릴 만큼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권력의 남용은 늘 힘없는 서민들의 희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채용에도 간여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등 권력형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이 커질수록 절제를 요구받는 것이 민주사회의 유지 원리다.

따라서 선진사회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평성 확보 차원에서 고 임금 근로자로 구성된 대형노조의 역할과 책임은 강화되는 것이 합당하다.

즉, 대형노조의 사회에 대한 계약은 새로 맺어져야 한다. 마치 소액주주의 권익이 법으로 보호받는 것처럼 대형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제3자가 정신적?물질??피해를 입게 될 경우 구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지난 해 뉴욕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노조파업을 이유로 법원이 조합원 1인당 하루 1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린 예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 국민의식도 바뀌고 그에 따라 제도도 새로워지기 마련이다.
치열한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긴장상황 속에서 대형 노조는 국내에서 제살깎기식 파업투쟁을 일삼기보다는 대의적 차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노조 역시 자신들의 이익만 좇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존립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 선진국 노조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국가를 대신하여 경쟁국에 대하여 간접적인 통상압력을 가하거나 외국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여 제소하는 등 차원 높은 경쟁전략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노조가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참여와 투명경영을 신조로 하는 경영자들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깔려 있다는 점을 정부나 사용자 역시 깊이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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