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들녀석이 한 말이다. 어제가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는데 출근하느라 가보지도 못하고 선물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토요일인 오늘은 동네 도서관에서 목전에 있는 모 자격증 시험준비를 할 계획이었지만 불쑥 아들에게 봉사활동을 제의했고 의기투합하여 한시간 반 시골길을 달려 대둔산 자락에 있는 노인시설에 도착했다.
우리 사무실 봉사단원들이 먼저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었고 거동이 불편한 중증 질환 어르신 서른 분의 목욕봉사가 오늘의 할 일이다. 부수적 과정인 면도, 손·발톱 깎기, 옷 벗기기, 입히기, 욕실이동 등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단원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며 친부모 대하듯 열심인 모습이 가히 감동적이었고,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녀석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고 어르신들의 대소변 묻은 옷가지를 세탁실로 옮기는 일을 도맡아 해내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점심수발까지 마치고 귀가할 때 초등학교때의 휴지 줍기가 아닌 새로운 봉사활동 경험에 녀석은 뿌듯했나 보다. “왜 할아버지들이 집이 아닌 저 곳에 계세요?”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이에 따라 ‘노인수발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서 실시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또한 최근 매스컴에서는 의료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민간보험과 의료영리법인 허용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떤 제도든 장점이 있다면 그 반대로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는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에서 선진외국 국민들만큼 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되어선 안 될 것이다.
차창에 스치는 들판의 상큼한 봄내음과 무럭무럭 자라나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아들녀석의 대견한 모습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